'퇴장방지약' 말뿐…공급중단 보고 16개월 째 "대체제 없다" 알아도 빈손

박정렬 기자
2026.05.11 16:03

아티반 공급 중단, 지난해 1월 보고
의사단체, 국회서도 문제 제기되지만
식약처 "업체간 논의 중" 후방 지원뿐

아티반 공급 추이/그래픽=김지영

불안 완화, 수술 전 진정, 경련 억제 등에 폭넓게 쓰이는 '아티반' 주사제(성분명 로라제팜)의 수급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이 약을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라며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하고도 공급중단이 보고된 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와 업계에 따르면 아티반 주사제는 2022년 4회, 2023년 3회, 2024년 4회 등 3년 새 10회 넘게 공급부족이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량이 공급량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인데, 당시 제약사는 '(노후) 설비 이슈'가 주요 원인이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대체의약품이 존재해 영향이 미미하다"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티반주를 완전히 대체할 약은 사실상 없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이 돼서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디아제팜, 미다졸람 등 다른 성분의 의약품은 작용 시간, 효과 정도, 발현 시간이 다르기에 (아티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보고하며 '오판'을 인정했지만, 이후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티반 수급 우려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9월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아티반은 퇴장방지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급중단이 예고"됐다며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최고의원회의에서 아티반 공급 중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아티반이 없으면 뇌를 강제로 멈추는 2차 약제를 쓰고 인공호흡기 걸 준비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6년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아티반은 뇌의 신경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가라앉히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발작제다. 응급의학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쓰이는데 특히 응급 환자 발생 시 가장 먼저 투여되는 치료제로 손꼽힌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관계자는 "뇌 문제로 인한 경련 등 긴급한 상황에 정맥 주사로 투여해 당장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는 약이 아티반"이라며 "1차 약물로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전했다.

아티반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는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하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당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원가를 보존, 생산을 독려하는 제도다. 5월 기준 아티반 주사제를 포함해 630개 품목이 퇴장방지의약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제도 명칭이 무색하게 아티반은 '퇴장 위기'에 직면해있다. 아티반을 공급하는 A제약사가 지난해 1월 설비 노후화 등을 이유로 '공급중단'을 결정했지만 아직 이를 대신할 제약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제약사는 같은 해 12월까지 추가 생산으로 최대한 물량을 뽑아냈지만, 이마저도 오는 6~7월이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아티반 공급중단 사태의 해결 방안을 두고 "업체 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행정적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 답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필수의약품 수급난은 대체로 원료·설비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제약사 논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드물다"며 "퇴장방지 의약품처럼 중요한 약은 정부가 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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