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본 딴 의료기기법…개정 후에도 '꼼수 거래' 위험 여전

박정렬 기자
2026.05.20 17:54

[MT리포트]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⑤ 의료기기도 위험하다

[편집자주]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 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상급종합병원 의료기기 도매사 점유율 현황/그래픽=김지영

국회가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의료기기법을 개정했지만, 약사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 이대로라면 '꼼수 거래'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은 학교법인이 지분 49%를 가진 도매사로부터 법인 산하 대학병원이 의약품을 공급받아도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 아닌데, 의료기기도 이를 본 따 동일한 특수관계 기준을 인용하고 있기 떄문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 간의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김남희·김선민·김윤·서명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통합·조정한 것으로, 2년 뒤인 2027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불공정한 의료기기 유통구조에 피해가 누적된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대학병원은 간접납품업체(간납사)를 통해서만이 의료기기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이런 간납사를 병원과 연관된 사람이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어 대금결제를 미루거나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는 등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특정 의료기기 도매상 공급 비율이 90%를 넘는 곳은 2023년 24개, 2024년 25개로 모두 사립대병원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간납사가 대형병원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라며 "리베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공정 거래를 해치는 불공평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기기법이 개정되도 이 같은 '문제적 거래'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설된 의료기기법 개정안 제18조 제5항은 특수관계 거래를 금지하는 약사법 제47조 제7항의 입법 사례를 따랐는데, 적용 대상을 의약품 도매상→판매업자 등으로 바꾸기만 하면 될 정도로 거의 똑같다.

현행 약사법상 학교법인이 지분을 49% 이하로 갖거나, 이사를 2명 이하로 추천한 합작법인이 산하 대학병원에 의약품 거래하는 건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 아니다. 의료기기 역시 법이 개정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만들어 거래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적발 시 처벌도 미미하다. 약사법은 특수관계 거래가 이뤄질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분 기준이 무겁지만, 의료기기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 특수관계 거래 현황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기 업체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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