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의약품 도매사' 세우자…병원은 최저가→협상 낙찰 방식 급변경

조선대 '의약품 도매사' 세우자…병원은 최저가→협상 낙찰 방식 급변경

박정렬 기자
2026.05.20 17:41

[MT리포트]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①

[편집자주]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 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 변경/그래픽=김지영
조선대병원 입찰 방식 변경/그래픽=김지영

조선대병원 의약품 입찰 과정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최근 의약품 도매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병원이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낙찰에서 '협상 후 낙찰'로 갑자기 변경하면서다. 병원 안팎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병원은 의약품 납품 전문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선대병원은 올해부터 의약품 공급업체 선정 방식을 기존 최저가 입찰자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가장 낮은 입찰 금액을 제출한 도매사를 선정했다면, 앞으로는 제안서를 받고 점수를 매겨 공급업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선대병원은 이런 변경 기준으로 지난 4일까지 △A그룹 2000종 △B그룹 122종 △C그룹 79종의 의약품 입찰을 진행했다. 이 역시 기존과 비교해 그룹수는 줄이고, 개별 물량은 늘렸다. 전체 입찰 의약품의 75%와 23%를 차지하는 A·B그룹은 현재 제안서를 평가하고 있다. 2% 규모의 C그룹은 단일 입찰로 유찰됐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는 가격 경쟁력이 기준인데 (올해부터) 의약품 납품의 전문성·안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낙찰 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조정 이유에 대해선 "수도권 병원은 유찰 과정에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2~4개 그룹으로 입찰을 진행해 이를 참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병원의 상위 기관인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2년 전 내부 구성원 반발로 중단된 의약품 도매사 합작법인 설립을 재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이사회에서 '합작투자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안)'을 출석 이사 9명 전원 동의로 가결하고, 최근 '서석팜'이라는 이름의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은 학교법인 조선대가 지분 49%, 의약품 도매사인 백제약품과 유진약품이 컨소시엄을 이뤄 나머지 지분 51%를 보유하는데, 이를 두고 '합작법인에 특혜를 주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2024년 5월 모집 공고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을 공개 추진했지만, 조선대 교수평의회가 파트너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1년 넘게 설립이 지연됐다. 당시 조선대가 선정 업체를 '23번'으로만 공개하면서 편파 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선대병원은 서석팜의 입찰 여부와 전체 참여 업체 수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의 설립 배경을 묻는 질의에도 "병원 지분은 없으며 학교법인이 추진한 사항"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조선대는 "합작법인 설립은 중장기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추진된 사항"이라며 "수익 발생 시 지분에 따른 배당을 받는 형태로 실수익 여부와 규모는 향후 도매법인의 운영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매법인의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으로 학교법인이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의약품 입찰은 병원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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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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