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④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세우고 산하 병원에 약을 공급하는 행태가 약가 인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병원이 약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도 그렇지 않아서 환자는 비싼 값에 약을 사고,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부대표(약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 도매 카르텔로 보인다"며 "병원이 약을 싸게 사야 하는 유인을 제거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라는 제도가 있는데, 병원이 약을 싸게 사면 이를 신고하고 평균 가격을 더 낮게 새로 정하는 것"이라며 "대학병원은 구매약의 종류와 양이 많아 (가격 인하 시 평균가가) 1~2%씩 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유인이 학교법인이 대형 도매사를 운영하면 사라진다"면서 "병원이 약을 더 많이, 비싼 것을 처방하게 될 수 있어 환자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건강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약품 유통 관계자도 "이른바 특수관계 도매사가 약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채 고정하는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 즉 국민 보험료로 충당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관계 도매사는 병원 의약품 납품에 대한 권한을 기반으로 일반 도매사로부터 싼값에 의약품을 구매하고, 병원에는 상한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공급해 그 차익을 이윤으로 가져간다"며 "병원 장부상으로는 싸게 산 흔적이 남지 않고, 건보공단에 신고되는 병원의 실구매가가 상한가와 거의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약을 싸게 살 수 있어도 비싸게 사고, 병원에 돌아가야 할 마진은 합작법인이 흡수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이런 특수관계 의약품 도매사의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높은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약사법은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지만, 학교법인은 49%를 맞춰 이런 규제를 회피한다.
약사법상 지분율 숫자를 낮춰 영향력을 줄이자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근본 문제인 독점 납품 구조를 건드릴 수 없다는 한계가 따른다. 지분율을 30%로 조정해도, 29%로 재편하면 그만이란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이에 도매사는 실질적인 구매 대행과 물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절감액과 수수료 등을 병원이 투명하게 공개하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부대표는 "국민 건강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도매사를 육성하고 의약품 유통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의약품 유통 정보를 관리하는 건강보험심시평가원이 도매사와 병원 간 계약을 관리 감독하는 등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