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지분 49% 도매사, '특수관계' 세브란스병원에 6443억 약 판매

연세대 지분 49% 도매사, '특수관계' 세브란스병원에 6443억 약 판매

박정렬 기자
2026.05.20 17:48

[MT리포트]도 넘는 사립대병원 거래③

[편집자주] 사립대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사를 설립하고 이곳이 산하 병원과 거래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분율 49% 이하라면 불법이 아니지만, 병원이 약을 싸게 살 이유가 사라져 결국 환자가 경제적 피해를 보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의 맹점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사립대병원 의약품 도매사 실적/그래픽=김지영
사립대병원 의약품 도매사 실적/그래픽=김지영

학교법인이 만든 합작법인이 산하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태가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조선대병원-조선대 이외에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작법인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일반 의약품 도매사보다 비교적 높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특수관계 합작법인'이 약가를 인위적으로 올린 채 고정하고, 이에 따라 환자의 경제적 피해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의약품 도매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병원과 연관성이 파악되는 곳은 △세브란스병원-안연케어 △경희대병원-팜로드 △한양대병원-에스앤비팜 △백병원-화이트팜 △성모병원-비아다빈치 등이다.

안연케어는 주식회사 아이마켓코리아가 51%,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상에 학교법인 연세대는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으로 구분됐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연세의료원은 '기타특수관계자'다.

안연케어는 지난해 매출 7915억원, 영업이익은 32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1%인 6443억원이 '특수관계자' 연세의료원으로부터 나왔다. 지분 49%의 학교법인은 같은 해 배당금으로 90억원을 받았다.

팜로드는 애초에 경희의료원의 의약품 공급을 위해 설립된 도매사다. 국내 2위 의약품 도매사 백제약품 계열의 백제인베스트먼트와 학교법인 경희학원(경희매니지먼트컴퍼니)이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으로 구분돼있다. 기타특수관계자에는 경희대병원(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이 있다.

팜로드의 지난해 매출은 1149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모회사인 의약품 도매사 백제약품(매출 2조 7508억원·영업이익 94억원)과 비교해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팜로드 역시 전체 매출의 87%가 경희대병원(536억원)·강동경희대병원(464억원)에서 발생했다.

사진=[서울=뉴시스]
사진=[서울=뉴시스]

이와 '판박이 사례'가 백제약품 자회사이자 의약품 도매사 에스앤비팜이다.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수익사업을 위해 설립한 한양매니지먼트컴퍼니와 한양대병원이 각각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기타특수관계자에 속한다. 지난해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전체 매출(690억원)의 99%인 6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의약품 도매사 화이트팜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4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이다. 부동산 개발·공급사인 송암아이앤디가 51%,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49%의 지분을 갖는다.

같은 해 매출액의 88%인 1325억원은 학교법인 인제학원에서 발생했다. 인재학원은 산하 부산·상계·일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한다. 전체 병상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

특이한 부분은 배당 방식이다. 화이트팜이 발행한 보통주(77%)·우선주(23%) 중 우선주를 인재학원만이 갖고 있다. 주당배당금은 보통주 3137원, 우선주 6888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총배당금 60억원 중 인재학원이 46억원을 가져가 '최대주주' 송암아이앤디보다 더 많다.

의약품 도매사 비아다빈치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다. 지난해도 매출 1조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서울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지분 80.12%를 가지고 있다가 사모펀드(PEF)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가 투자기업 서브원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비아다빈치의 지분 구조와 매출 대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비아다빈치의 서브원 지분은 51%로 나머지 49%는 비지배지분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6070억원의 매출을 낸 곳도 '고객 A'라고만 기재돼있고 비공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초 성모병원과 계약 관계가 돈독했던 만큼 '고객 A = 성모병원'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 도매사 영업이익률/그래픽=김지영
의약품 도매사 영업이익률/그래픽=김지영

이런 '특수관계 도매사'는 △학교법인을 비롯한 운영자가 지분 49%를 갖고 △산하 병원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며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넘어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학생 수 감소로 '돈줄'이 마르는 지방 대학병원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특수관계 도매사'의 영업이익률이 일반 도매사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학교법인이 병원을 대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다" "의약품을 비싸게 판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약사법상 학교법인이 병원의 개설자이자 실질적인 경영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지분을 49% 이하로 갖는다면 해당 도매사가 병원과 의약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직접 '유의적 영향력 보유기업' '특수관계자'라 표기했어도 지분을 조정하고 이사 수를 2명 이하로 두는 등의 조치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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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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