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릭스가 약 1100억원에 달하는 보통주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파트너사 로레알의 지분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업계에선 로레알과의 공동 연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적 투자와 전략적 투자가 동시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양사의 협력이 의약품을 넘어 소비재 및 헬스케어 시장으로 확장하는 등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릭스는 연구개발 비용 등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약 1107억5816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릭스는 로레알의 벤처펀드 '볼드'(BOLD)를 비롯해 와이스 에셋 매니지먼트(이하 와이스)가 유한책임투자자(LP)인 브룩데일 글로벌 오퍼튜니티 펀드, 브룩데일 인터내셔널 파트너스를 대상으로 보통주 신주 74만367주를 발행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14만9599원이며,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7월17일이다. 발행된 신주는 모두 향후 1년간 의무 보유된다.
이 투자에서 와이스가 투자한 금액만 1000억원을 상회한다. 와이스는 과거에도 올릭스의 주요 해외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으며, 약 10개월 만에 재투자를 단행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와이스가 국내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이력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은 상환권 및 전환권 등이 부여된 전환우선주(CPS)나 전환사채(CB)와 같은 메자닌 형태로 이뤄진다. 반면 이번엔 보통주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주는 CPS나 CB 대비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한적인 구조인 만큼, 올릭스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더 크게 반영된 거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단일 기관이 보통주 신주 인수 방식으로 이 같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상당히 이례적이고 주목받을 만한 거래"라고 말했다.
또 전략적 투자자인 로레알의 벤처펀드 볼드가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참여했단 점에서 올릭스의 기술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단순 자금조달을 넘어 기술 협력과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함께 반영된 투자 구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볼드는 로레알 그룹의 목적과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는 조직으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로레알 내부 사업부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볼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은 올릭스가 사실상 처음이다.
로레알은 지난해 6월 올릭스와 독점적 과학 협력 계약을 맺고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기반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공동 연구해왔다. 양사는 피부 및 모발 분야에서 재생과 항노화 영역을 중심으로 협력 중이며, 이번 투자는 이러한 연구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릭스가 개발 중인 탈모 신약 후보물질 'OLX104C'는 호주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피부·모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양사 간의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로레알의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기반으로 피부·모발 영역의 siRNA 공동 연구 개발이 기존 의약품 범주를 넘어 소비재 및 헬스케어 시장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와이스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들의 공동 연구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며 협력이 구체적인 개발 단계로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로레알이 최근 피부과 및 더마톨로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올릭스의 siRNA 플랫폼과 피부·모발 파이프라인이 양사 협력의 접점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올릭스는 이번 투자가 로레알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기반을 확대하고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를 높여 사업화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와이스가 현재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섹터 투자 대상을 물색하던 중 올릭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올릭스의 임상 프로그램 진행 현황과 파트너십의 순항에 주목했으며, 폭넓은 운용 권한과 자본 배분에 대한 상당한 재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