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창고', '공장', '팩토리'와 같은 표현을 약국 이름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하고,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 오인 또는 의약품의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표시인데, 정부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보건복지부령으로 구체적인 규제안을 만들 예정이다.
약국 중에 이런 표현을 쓰는 곳이 있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검색해봤다. '술 창고' '맥주 창고'는 익숙한 터라 비슷한 사례가 약국에도 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개정안에서 예로 든 표현 중에는 유일하게 '팩토리'를 쓴 약국만 검색되는데, 대한약사회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국내 1호 '창고형 약국'인 성남메가팩토리약국과, 이곳을 만든 정두선 약사가 올해 개소한 서울메가팩토리약국이다.
백화점, 마트같은 표현을 쓰는 약국은 이미 많이 있다. '제일 큰'이나 '메가' '대형'처럼 질보다 양(규모)을 강조한 약국 이름을 더하면 어림잡아도 수 백곳은 된다. 이들도 명칭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일까. 법안에서 제재하고자 하는 '소비자 혼동 표시'를 쓰지 않고 실상 창고형 약국처럼 운영되는 곳과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애초에 약국 이름을 규제하는 것이 약물 오남용 예방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창고형 약국은 등장한 지 1년 만에 약국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동네 약국에선 급히 써야 하는 약을 사고, 창고형 약국에서는 상비약 등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약국 이름을 바꾼다고 과연 소비자가 발길을 돌리고, 약을 두 개 살 걸 하나만 살까 싶다.
창고형 약국은 대량 구매·저가 판매를 추구한다. 소비자는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며 사고 싶은 약을 쇼핑한다. 약사들은 '복약 지도가 소홀할 수 있다' '과잉 구매로 소비자 안전이 위험하다' '주변 약국이 사라져 치료 접근성이 떨어질 것' 등의 이유를 들며 창고형 약국을 반대해왔다.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지만 품목 다양성과 구매 편의성, 가격 등 여러 측면에 소비자 편익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복약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소비자가 약을 과잉 구매하는 건 창고형 약국이 아니라 동네 약국에서도 얼마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소비자 안전이 우려된다면 약국 이름보다 시스템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