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며 반대표(NO)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1일(현지시간) 국제채권단의 개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면서 개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반대(NO)'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스 사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 무섭게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선진국 중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첫 사례여서 앞으로 그리스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들려온 소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 30일 유럽위원회(EC)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에 보낸 서한이 공개되면서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됐다. 서한에는 국제채권단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새벽 긴급 연설을 통해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며 반대표(NO)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개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되면 이를 바탕으로 다시 채권단과 협상에 나서 더 유리한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 다시 그리스 사태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그리스 사태가 3가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5일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국제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그리스가 수용하게 된다. 이는 그리스가 유로존 국가로 계속 남아 있게 되는 동시에 유로존의 추가 지원을 통해 국가부도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스가 긴급 유동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그리스의 자본통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은행 시스템의 붕괴를 막아주지만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가브리엘 스턴은 “계좌 동결을 피할 수 있다면 자본통제는 정치적 변화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유지, 최종적인 정상화에 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제이콥 커키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협상 고전이 그리스 경제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지난 30일 유럽안정화기구(ESM)가 2년 동안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구조를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291억유로(약 36조1000억원)의 3차 구제금융도 함께 제안했다. 하지만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이를 거부했다.
커키가드 연구원은 또 “현재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국민투표에서 (치프라스 총리의)무책임한 반대표 요구가 거부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 채권단과 다시 협상을 진지하게 진행하고 유로존에 그리스가 그대로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가능성은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그렉시트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리스나 채권단 역시 협상 과정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유로존에 함께 남아 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외교협회의 로버트 칸 선임 연구원은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더라도 새로운 협상안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명확치 않다”며 “그리스 정부는 지금까지 구제금융 조건을 계속 거부해왔기 때문에 협정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동일한 구제금융안을 제시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리스가 동의를 하더라도 유로존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길고 긴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협상에는 상당히 많은 정치적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경우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리스가 차라리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커키가드 연구원은 “그렉시트의 위험성과 난관이 매우 과소 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렉시트의)결과는 아무 심각할 것”이라며 “그리스 은행 시스템은 붕괴되고 유럽 기관들과 경제적으로나 금융상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따른 이점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