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없어 콜라까지 생산중단…베네수엘라 '벼랑 끝'

하세린 기자
2016.05.24 11:42

외화 부족·환율 통제에 생필품 부족 현상 심해져…마두로 대통령 축출 요구 등 정정 불안까지

/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탄산음료 제조사인 코카콜라가 베네수엘라에서 콜라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 탄산음료의 필수 재료인 설탕을 구하지 못해서인데, 그만큼 어려운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원유를 팔아 생필품을 수입하는 베네수엘라는 지난 2년 가까이 지속된 유가 하락세에 경제 위기를 맞았다.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현금이 없으니 외화로 사야 하는 설탕 등의 원자재나 생필품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삶이 궁핍해지면서 절도와 폭행 등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압력도 거세지는 등 정정불안에 나라는 파탄 지경이다.

코카콜라는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설탕 공급 부족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자사의 대표 음료인 콜라 생산을 불가피하게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케리 트레슬러 코카콜라 대변인은 "현지 설탕 공급업체들이 원자재 부족 때문에 설탕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설탕이 첨가되지 않는 코카콜라 라이트와 생수 등은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도 미국 크래프트푸드와 미국 세제업체인 클로록스에 이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앞서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음료기업인 엠프레사스 폴라가 수입 보리를 구하기 위한 외화가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4월 기준 127억달러 수준으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석유값 폭락에 따른 여파가 미치기 직전인 2008년 12월 고점이었던 423억달러에서 7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시장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원적인 환율 체제에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월부터 식료품과 의약품 등 정부가 승인한 생필품의 수입에 적용되는 환율을 기존 1달러당 6.3볼리바르에서 10볼리바르로 바꿨다. 그러나 현재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1달러당 1110볼리바르 수준에 육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말엔 볼리바르/달러 환율이 6699볼리바르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대비 볼리바르화 가치가 83% 추락하는 셈이다.

경제 위기에 따른 정정 불안도 심각하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입장이다. 그는 반대자들이 쿠테타로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4일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틀 후인 16일엔 포고령을 내려 정부가 식량 분배와 에너지 공급 등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기업 몰수를 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 놨다.

이번 주말 베네수엘라 정부는 대통령 퇴임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둘러싼 정국 혼란과 체제를 위협하는 외세 개입에 대처한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조만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IMF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지난해 5.7% 위축됐는데 올해는 그 폭이 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4%)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도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700%에서 내년엔 2200%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가 올해 연말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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