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 '미투(Me too)'의 진원지는 미국 할리우드였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미투로 모인 힘이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등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펜스룰'과 같은 부작용도 생겨났다.
◇"트윗에 적어달라"로 확산… 유력인사 201명 자리 물러나=2017년 10월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영화제작업계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며칠 후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만일 당신도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면 이 트윗에 미투(me too)라고 적어달라"고 남겼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글을 올린 지 24시간 만에 50만 건의 '#미투' 트윗이 잇따랐다. 이후 1년 동안 SNS에는 1900만건의 미투 해시태그 글이 올라왔다.
미투의 영향력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에서 유력 남성 인사 201명이 성추문으로 해고되거나 사임했다. 직전 1년 동안 비슷한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남성 인사 수는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 미국 하원 최다선(27선)인 존 코니어스 민주당 의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방송계 전설 레슬리 문베스 CBS 회장, 에릭 슈나이더만 전 뉴욕총장 등 업종과 경력을 불문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전 세계로 퍼졌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미투'가 검색된 나라는 196개국,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것이다. 성평등 선진국으로 꼽혀오던 스웨덴부터 여성인권 후진국 인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됐다.
◇폭로 넘어서 성차별·폭력 해결 움직임으로… '펜스룰' 부작용도=이제 미투는 대책 마련을 위한 적극적 움직임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월 설립된 타임즈업(Time's up·이제 끝낼 때가 됐다)이다. 성범죄와 성차별에 대항하는 단체로 모금 두 달여 만에 2200만달러(약 249억원)를 모았다. 메릴 스트립, 엠마 왓슨 등 유명 배우들이 동참했다. 기금은 피해자의 법률지원에 쓰인다. 타임즈업은 800명의 변호사와 협업 중이며 현재까지 3500여 명에 도움을 줬다.
사회 각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왔다. 미국 상·하원 의원은 미투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직후 전 의원과 보좌관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방지교육 의무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상장기업 이사회 멤버로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을 포함토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또 힐튼, 하얏트호텔 등으로 구성된 미국호텔연합은 종업원들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을 때 즉각 지배인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패닉 버튼'(긴급 비상벨)을 지급했다.
반면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나타난 '펜스룰'(Pence rule) 현상은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펜스룰이란 성 관련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여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CNBC는 "무엇이 성희롱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일부 남성들은 여성 동료들을 대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며 "일부 임원은 여행이나 저녁 사교 모임에 여성 동료들을 초대치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츠바이크 변호사는 펜스룰에 대해 "성 스캔들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성차별이라는 새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