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日선 '나야 나 사기'… 현금 1억 건넨 노인도

김주동 기자
2019.03.06 17:21

60대 배우 최근 인터뷰서 "당했다" <br>집에 있던 1억여원 건네준 사례도 <br>단속 강화되자 '아포덴' 대신 급증 <br>가해자 아들 사칭, 피해자 65세이상

/AFPBBNews=뉴스1

# 5일 일본에서는 60대 배우가 잡지 주간여성(週刊女性)에 '보이스피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됐다. 사이토 요스케(67)에 따르면 지난해 말 그의 아내는 둘째아들을 사칭한 발신자표시제한 전화를 받았다. 가해자는 "미성년 여성을 임신시켜 위자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부부는 은행에서 100만엔을 찾아 약속한 공원에서 아들의 대리인이라는 사람에게 건네줬다. 사이토는 "당시엔 당황해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가 보이스피싱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가해자들이 "난데…" 하면서 가족을 사칭해 '나야 나 사기'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피해자가 은행송금을 하는 사례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현금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게 다른점이다.

일본에는 '장롱예금'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현금을 갖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6일 NHK에 따르면 한 80대 여성은 하루 전 "회사 어음을 잃어버렸다"는 가짜 아들의 전화를 받고, 동료라는 사람에게 집에 있던 현금 1350만엔(1억3600만원)을 건네주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1만6493건, 이중 55%가량이 아들·손자를 사칭하는 '나야 나'다. 총 피해액은 356억8000만엔(3600억원)으로 7년째 350억엔을 넘었다.

그나마 피해액은 2014년을 기준으로 줄고 있다. 이는 경찰이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관련 검거 인원은 2010년 686명에서 지난해 2747명으로 급증했다. 가해자 측이 정해진 시간, 장소에 돈을 받으러 갈 때 검거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단속이 심해지자 '아포덴'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생겼다. 영어 어포인트먼트(appointment, 약속)와 일본어 전화(덴와)의 합성어이다. 이는 가족을 사칭한 가해자가 언제 집으로 돈 빌리러 가겠다고 말하면서 현금 두는 곳, 액수, 가족 상황 등 정보를 얻어 강도 행위를 벌이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포덴 신고 건수는 도쿄도에서만 3만4000여건으로 2년 새 2.3배로 늘었다. 문제는 이 범죄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에는 80대 여성이 집에서 3인조에게 살해된 일이 있는데 이 역시 아포덴 범죄로 추정된다.

보이스피싱 문제가 계속되자 경찰은 의심스러운 전화는 신고해달라면서 "평소 가족과 자주 연락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지자체는 "이 전화는 스팸 방지를 위해 자동 녹음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전화기를 65세 이상에게 무상 대여해주기도 한다.

다만 이미 일본 사회가 초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 기준을 넘어섰고, 고령자가 계속 늘고 있는 점은 범죄 줄이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80%가량은 65세 이상이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