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때보다 큰 변동성…반도체는 이미 버블 조짐[오미주]

닷컴 버블 때보다 큰 변동성…반도체는 이미 버블 조짐[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4.23 18:44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국기와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 국기와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 증시가 지난 3월30일 바닥을 치고 반등한 이후 기술주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올초 기술주가 부진한 사이에 초과 수익을 냈던 순환매 수혜 섹터들은 갑자기 수익률이 크게 뒤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버블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2월 중순까지 대대적인 순환매가 나타났다. 대형주에서 소형주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대형주지수인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좁은 박스권 안에서 횡보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3년간 랠리를 주도해왔던 대형 기술주가 연초부터 2월 중순까지 저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에너지, 소재, 필수 소비재 섹터는 최고의 성과를 기록했다. 소형주로도 자금이 유입되며 러셀2000지수는 올들어 첫 3주 동안 9.5% 이상 급등했다.

지난 1~2월 동안 순환매가 나타났던 배경은 기술주가 오랫동안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하는 동안 나머지 섹터는 경제 성장세에도 상대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크게 뒤처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이란 전쟁으로 인한 약세가 마무리된 뒤 반등장에서는 기술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각됐다.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는 지난 3월30일 이후 각각 20.0%와 16.5% 상승하며 같은 기간 11.4% 오른 S&P500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유가 상승과 함께 급등했던 에너지 섹터는 유가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같은 기간 10.3% 하락했다. 필수 소비재 섹터는 주가 변동이 거의 없었고 소재 섹터는 5.5% 상승하는데 그쳤다.

순환매가 끝나고 다시 기술주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크게 2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기술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라드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티모시 처브는 CNBC에 "짧은 기간 동안 매우 급격한 순환매가 있었지만 투자자들로선 지금이 어닝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시 매그니피센트 7 같은 기존의 인기 종목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둘째는 기술기업들이 최근의 주가 급등에도 두드러진 순이익 성장세 덕분에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10월 말에 기록했던 전 고점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업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그래픽=이지혜
미국 주요 업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그래픽=이지혜

매그니피센트 7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 7 ETF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률(PER)은 지난 21일 29.2배로 지난 3월30일 증시 바닥 때 24.6배에 비해 빠르게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29일 34.3배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필수 소비재 섹터는 지난 2월 밸류에이션이 200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소재 섹터와 에너지 섹터는 202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들 섹터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순환매는 동력을 잃었다. 이후 에너지 섹터는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미끄러졌고 필수 소비재 섹터와 소재 섹터도 지난 2월 대비 낮아졌다.

인터그레이티드 파트너스의 CIO인 스티븐 콜라노는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라는 이전 우려를 무시하면서 AI(인공지능)의 잠재력에 집중하는 장기 성장 테마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라드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처브도 투자자들이 2022년 말 이후 강세장을 이끌어온 기술주로 회귀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복리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우량한 기업,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토대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며 "이는 결국 투자자들을 다시 기술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급등 리스크 현실화

다만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다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환장세가 다시 올 수도 있고 기술주에서 버블이 심해질 수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주식 파생상품팀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우측 꼬리 모멘텀(급등) 리스크가 계속해서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측 꼬리 모멘텀 리스크란 정규 분포상 발생 확률은 낮지만 나타나면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말한다.

이같은 급등 리스크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이같은 급등은 버블을 초래해 급락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스닥100지수가 지난 3월31일부터 4월17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상승했을 때 실현 변동성(주가 변동폭)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보다 더 극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S&P500지수의 최근 랠리 역시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 1987년 블랙먼데이 대폭락 같은 역사적인 변동성 장세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었다고 언급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주식 파생상품팀은 "지난 3월의 완만한 하락세와 그 이후 이어진 맹렬한 랠리 사이의 대조는 미국 증시의 뚜렷한 우측 꼬리 비대칭성(급등 성향)을 보여주며 이는 장기적으로 버블과 유사한 체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아직 미국 증시 전체가 버블 상태인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섹터에서는 버블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 증시와 브렌트유, 블룸버그 상품지수 등은 "이미 극단적으로 버블과 같은 역학구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과 브라질 증시, 우주항공 분야, 디지털 인프라 분야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버블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일 새벽 인텔 실적 발표

한편, 23일엔 개장 전에 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 방산기업인 록히드 마틴과 하니웰 인터내셔널이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엔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실적을 공개한다.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나오고 오전 9시45분에는 S&P의 서비스업 및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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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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