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4.23. ks@newsis.com /사진=김근수](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314454044754_1.jpg)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법에 보장된 '안전보호시설 운영 의무'만이라도 지켜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파업으로 실제 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화학물질 누출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복구가 불가능한 웨이퍼(반도체 핵심 원료) 손상 등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단군이래 최대의 호기를 잡았지만 오히려 노조의 무리한 실력 행사로 인해 국가적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224,500원 ▲7,000 +3.22%)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공지문을 올리고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 등에 관여하는 직원들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조는 이날 경기 평택사업장 인근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데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번 회사가 요구하는 사항은 노동조합법 42조 2항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 내용으로서 법률상 의무다.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운영은 노동자의 파업권과 별개로 우리 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사측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보호시설 운영은 회사나 노조 어느 한쪽의 이익을 위한 사안이 아니다"며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적 의무이며 해당 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화재나 화학물질 누출로 인한 피해가 사업장을 넘어 인근 주민에게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같은 법 38조 2항에는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파업을 한다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생산 기반의 파괴가 자행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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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도체의 기본 원자재인 웨이퍼는 공정 대기 한계시간 내에 반드시 후속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산패돼 변질되거나 부패되면서 비가역적으로 손상된다. 또 반도체 제조설비는 '클린룸'이라는 고도로 통제된 환경 내에서만 운영되고 설비의 항온·항습 유지, 필수 약액 및 소모품의 교체·보충, 비상정지 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업시설에 복구하기 어려운 물리적·기능적 손상이 발생한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웨이퍼가 부족해 반도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손상이 발생하면 새로 구하기도 어렵다.
이같은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과 원료·제품의 변질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약 12만8000여명의 국내 직원 중 5%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법령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16일에는 수원지방법원에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및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수행 방해', '생산시설 점거' 등 노조의 위법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회사측은 안전보호시설 운영 의무가 단순히 '최소한'의 기능 유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교통 등 인프라 시설을 맡는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와 달리 안전보호시설은 이보다 엄격한 '정상적 유지·운영'을 요구하는 별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면 그 여파가 사업장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며 "생산 차질에서 시작해 고객사 납기 지연과 협력사 부담, 글로벌 공급망 불안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전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의 쟁의권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안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체행동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안전보호시설 방해, 생산시설 점거, 협박 등 법이 금지한 행위까지 쟁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선 없는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가 전망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성과급 재원만 약 45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주주배당액(11조1000억원)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평택에서 노조 측에 대항한 맞불집회를 열고 "영업이익 상한선 없이 이익이 날 때마다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악덕 채권업자'와 다르지 않다"며 "노조는 공장 폐쇄까지 가지 않도록 사측과 협의해 주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조의 요구는 금액 자체도 사회적 양극화와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힐난이 나올 정도로 크지만 정당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 성과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놨기 때문이다. 임금도 아닌 경영 성과의 배분 방식을 놓고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전쟁과 고유가·고환율 등 극심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산업 덕에 간신히 우리 경제가 버티고 있는데 이를 스스로 무너뜨리겠다는 노조의 행태에 동의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이미 평균 연봉 1억5800만원을 받고 있는 이들이 수억 원 이상의 성과급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파업으로 반도체 공장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면 국민적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