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사이 346명의 사망자를 낸 두 건의 추락사고로 위기에 놓인 미 항공기제조업체 보잉이 지난달 항공기 제작 수주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보잉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운항이 중단된 737맥스를 비롯해 787드림라이너, 보잉777 등 다른 기종들에 대한 주문을 지난달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3월만 해도 독일 루프트한자와 영국항공이 각각 787맥스 20대, 777X 18대를 구매했지만 4월에는 주문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4월에는 76대의 주문을 받았지만 올해에는 '제로'로 떨어졌다.
필립 배질리 S&P 수석 신용분석가는 이에 대해 "737맥스 이외의 보잉 기종에서 결함이 발견된 건 아니지만, 항공사들은 그 결함 때문에 다른 기종도 구매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새 주문을 넣지 않고 대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추락사고로 신뢰를 잃은 보잉이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당근책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잉은 언론의 집중포화 및 미 수사당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자사 최신 기종인 '737 맥스'가 추락하면서 각각 189명, 1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사고의 원인으로 항공기 소프트웨어 오작동이 꼽히는 가운데 보잉은 항공기 설계 및 안전 인증 과정을 꼼꼼하게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에 보잉은 최소 1조원을 유족에게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노르웨이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등 항공사들도 737맥스가 운항 정지되면서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보잉 측에 보상을 요청하고 나섰다. 에티오피아 사고 직후 중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보잉737맥스에 대한 운항 정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15일에 미국 정부마저 운항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보잉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항공기 시장이 포화 상태라 4월의 주문량도 적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년간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에 비행기 수주가 몰리면서 현재 수요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방산전문 컨설팅기업 틸 그룹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분석가는 "보잉은 3월 에티오피아 추락사고 이전에도 낮은 주문량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매 홀수 해 6월에 개최되는 항공업계 최대 행사인 파리 에어쇼를 앞두고 주문량이 적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 에어쇼에서 주로 항공기 주문 내역을 발표하는데, 이 때문에 4~5월의 주문량이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CNN은 이에 대해 "그러나 보잉은 지난해 4월 76대의 주문을 받았다"면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