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곤두박질친 세계 제조업…금융위기 이후 최악

유희석 기자
2019.09.22 17:50

'식어가는 세계경제 엔진'…'제조업.수출 의존' 독일, 차판매 급감 등 어려움-중국, 무역전쟁 직격탄

[편집자주] 세계경제 우등생 독일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의 주력 수출시장 중국이 침체한 탓이 크다. 트럼프 무역전쟁의 타깃 중국도 당장 연 6% 성장마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제조업과 수출기반으로 번영했던 독일과 중국의 침체가 한국에 주는 반면교사는 무엇일까.  

세계 경제의 근간인 제조산업이 어렵다. 경기침체로 제품 생산과 판매, 주문 등 모든 지표가 악화했다. 공장이 멈추거나 떠나고,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이나 중국, 인도 등 제조대국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나 홀로 강세를 보이던 미국 제조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독일이 보여준 제조업 위기=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과 투자은행 JP모건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5월 49.8을 기록했다. PMI는 기업의 구매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산출하는 지표다. 50을 넘기면 경기 확장,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글로벌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인데, 지난해 1월만 해도 54를 넘었던 지표가 17개월 만에 8% 넘게 하락했다.

세계 제조업 경기는 5월 이후에도 침체상태가 이어졌다. 8월 PMI는 49.5로 전달보다는 0.2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위축 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산업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업종 PMI는 지난달 46 초반에 머물러 조사 대상인 20여 개 분야 가운데 수치가 가장 낮았다. IHS마킷은 "최근 제조업 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은 '무역 감소'"라고 진단했다. '무역 갈등 → 수출 및 생산 감소 →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제조업 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제조업 강국 독일이다. 2017년 12월 63.3까지 올랐던 독일의 제조업 PMI는 지난달 43.5로 수직 낙하했다. 미국(50.3), 일본(49.3) 등 다른 선진국은 물론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49.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였다.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독일 경제가 무역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 제조업이 자동차 판매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성장률=제조업 위기를 촉발한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를 좀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각각 2.9%, 3.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보고서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그래도 3%는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불과 넉 달 만에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이다. "제조업 위기와 무역 갈등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가계 소득과 지출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OECD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나 경기 침체로 말미암은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세계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악성 변수'가 넘치는 상황이다. 로렌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점점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었던 저성장이 '노멀'이 되고 있다"면서 "무역 갈등이 일으킨 불확실성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은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붕괴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정부는 저금리를 이용해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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