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울상이지만, 홍콩에서는 상장 이후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폭락 중인 기업이 있습니다. 홍콩 지하철을 운영하는 홍콩철로유한공사(MTR) 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주요 지하철역을 공격하는 바람에 MTR사는 지하철 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49억8000만홍콩달러(약 7628억원)로 44.8% 급감했습니다. 2000년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가장 큰 폭 줄었습니다.
파괴된 지하철역의 설비 수리비로만 6억홍콩달러(약 920억원)가 들었고 교통량 감소, 열차운행 지체 등으로 입은 경제적 타격은 총 23억홍콩달러(약 3523억원)로 추산됩니다. 제이콥 캄차쿠이 MTR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난해는 기업 40년 역사상 가장 힘든 해였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면서 이미 올해 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억홍콩달러(약 1991억원) 감소했습니다. 홍콩 내 지하철 운행뿐 아니라 지난 1월말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중단되면서 열차 운행 수입은 더 줄었습니다.
MTR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시기와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고 상황 전개에 따라 적절한 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시위는 올해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집회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은 잠시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면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사회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시민사회 원로급 인사들을 전격 체포하고 나섰습니다. 톰 그룬디 홍콩자유언론 편집장은 "홍콩 정부가 시위자들의 소강상태를 이용해 반발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지만 홍콩 시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시위는 잠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상태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부 홍콩인들의 반중 감정은 더 커진 상태입니다. 지난 4일에는 홍콩의 한 지하철역에서 2개의 사제폭탄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는 이런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본토 좀비들에게. 당신은 폭군의 암묵적 승인 아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우리 도시로 온 것입니다. 홍콩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홍콩 시민들이 이토록 코로나19에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는 건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의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스로 홍콩인 1750명이 감염됐고 299명이 사망했습니다.
MTR의 손실은 대부분 부동산 사업에서 다소 메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MTR 수익의 연간 절반 정도는 부동산 사업에서 비롯됩니다. 2018년에는 부동산을 바탕으로 160억 홍콩달러(약 2조4000억원)의 순익을 올렸습니다.
MTR은 1979년 첫 노선 개설 이래 지하철역 개발 단계에서부터 주변 토지를 매입해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협상했습니다. 역 주변 개발권을 주고 현물자산을 확보한 MTR의 시스템은 ‘철도+자산(Rail Plus Property)’ 모델로 자리잡으며 '부동산 개발의 천재'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개발 수익도 57억홍콩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MTR은 현재 총 93개의 지하철역을 운용하면서 47개의 역세권 시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 여파는 부동산시장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MTR이 코로나19로 상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건물의 임대료를 낮췄다"면서 "MTR의 수익도 악화해 기댈 곳인 임대료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MTR 주가는 올해 들어 5.7% 하락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 홍콩 시위 상황 등과 함께 MTR의 지하철 시스템의 자체적인 문제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연이어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새로운 신호 시스템을 시범 운영 하다가 오작동으로 두 대의 열차가 충돌해 두 명의 운전자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몇달 전에는 지하철 4개 노선의 열차가 신호 결함으로 멈춰 오전 출근시간대에 31분의 지체가 생긴 일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