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문화재단이 봄부터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준비했다. 예술가와 업계 종사자 후원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국내외의 'K예술' 수요 증가에 발맞춰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26일 문화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올해 미술 전시에 초점을 맞췄다.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 두 축을 중심으로 해외 유명 미술가들을 국내에 알리는 한편 국내 미술가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다. 2월 현대미술의 거장 티노 세갈, 3월 한국 여성미술가를 대표하는 김윤신을 시작으로 9월 구정아 개인전(리움), 아트스펙트럼 2026(호암)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최대 아트센터인 '팔레 드 도쿄'와 협력도 예정됐다.
문화예술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2023년 기준) CJ문화재단은 20주년을 기념해 음악에 힘을 준다. 오는 5월까지 대중문화와 창작 뮤지컬, 클래식을 아우르는 '콘서트 시리즈'를 개최한다. '아랑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작품이 무대에 선다. 음악 창작자들의 지원도 확대한다. 창작뮤지컬 공모나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으로 팀당 최대 2500만원을 후원한다.

롯데문화재단, 파라다이스문화재단 등도 예술 후원 폭을 넓힌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콘서트홀, 롯데뮤지엄에서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베르디(4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6월) 공연을 펼친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5월 아시아 전역의 뮤지션을 한 자리에 모으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빅 이벤트로, 관람권 판매 5분 만에 매진됐다.
문화계는 기업문화재단의 투자가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유치한 '빅네임'의 공연이나 전시가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호남의 한 미술관 대표는 "국공립 미술관도 좋은 전시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에 비해 재원이나 섭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준 높은 전시가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업에도 긍정적이다. 사회공헌·이미지 개선 등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 문화력 지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아 등 기업은 문화예술로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으며 CJ제일제당은 내부 문화자본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아르코 관계자는 "기업의 예술 지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무형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참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업문화재단을 설립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은 88곳 중 32곳(36.4%)에 불과하다.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참여 비율이 더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