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선물가격은 1년새 40% 폭등하고, 밀은 2주새 15% 오르고. 밀 선물 가격은 2주새 15% 폭등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식량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봉쇄조치에 집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요는 증가하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식량을 공급할 물류망이 마비되면서다. 자칫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해 경기침체를 가져왔던 2006~2008년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닥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일 76일만에 봉쇄가 풀린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여전히 일부 시민들이 쌀 사재기를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정부의 쌀 비축량은 1년간 소비해도 충분할 정도이니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슈퍼마켓에서 빈 선반을 보더라도 패닉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식품공급은 매우 안전하다”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FDA의 프랭크 이야나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 식품시장이 가장 바쁜 추수감사절 연휴를 떠올리면 된다. 특정 식품 수요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품절 사태를 빚지만 공급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미국인들은 1~2주에 한번씩 장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패닉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나 전문가의 말 보다는 슈퍼마켓의 빈 선반이 소비자들에겐 가장 쉽고 빠르게 체감하는 공포이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식량이 모자른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식량 공급망을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농가부터 가공업체, 소매업체까지 모두 코로나19로 연쇄 마비되면서 소비자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 농가는 코로나19로 수확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져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는 인력난에 파리 시민들에게 농촌으로 가 수확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앞으로 3개월간 20만명의 일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중간 가공업체도 봉쇄조치에선 예외지만 확진자가 나오면서 점점 문을 닫고 있다.
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에서 코로나19로 직원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미국 식품 공급망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카길, 샌더슨 팜스, 퍼듀 팜스 등 곡물 메이저 업체들도 코로나19에 직원들이 감염됐다고 보고하면서 미국내 공장 일부를 한시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농축산업은 필수 업종으로 지정돼 봉쇄조치에도 여전히 공장이 돌아가지만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면 전체 공장이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소매업체들은 물량을 받아도 이를 매장으로 옮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의 알디 슈퍼마켓은 5000명의 임시계약직과 4000명의 정규직 직원을 모집하고 있고, 앨버스톤즈도 3만명을 긴급 구인하고 나섰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배달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자 점포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휴식시간을 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CNN은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제한에 나선 데다가, 수출을 해야 하는 국가들도 항공, 선박이 멈춰 그대로 썩히는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모든 종류의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세계 1위 쌀 수출국인 인도도 국가봉쇄령 때문에 수출하려던 쌀 60만톤의 발이 묶여있다. 인도 쌀 수출협회는 당분간 신규 수출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지난달 24일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지난 8일에서야 일부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출량은 예년보다 40% 줄어들 예정이다. 캄보디아도 지난 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2008년이나 2010년 애그플레이션 공포를 몰고왔을 때도 이에 불을 지핀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밀 수출을 막으면서 였다. 2011년엔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만 26만명이 아사하는 등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줬다.
WSJ는 이번에도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북동부가 가장 큰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기아, 경제 위기까지 삼박자가 겹치면 농산물 자급도, 수입도 모두 붕괴될 수 있다는 얘기다.
CNN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 농산물 수입 비중이 90%가 넘는 지역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당장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으로 통가, 키리바시나 미크로네시아 등 저소득 태평양 섬나라들을 꼽았다.
데이비드 다위 FAO 수석연구원은 "태평양 섬들은 국토가 너무 작아 농작이 어렵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상대적으로 떨어져있는 국가들은 식량 위기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농산물 수입 의존도는 30~40%에 달한다.
반대로 수출을 못해 위기에 처한 국가도 있다. 호주는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65%를 수출하는데, 이중 3분의 2를 아시아로 보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과 선박 등 물류 마비 사태로 농산물의 발이 묶여 그대로 썩힐 처지다. 호주 수출의 14.5%는 농산물이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