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뉴욕 임대료의 교훈 [특파원칼럼]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2.08.04 04:20

미국에서 주택 임대료가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딜까. 렌트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1위는 '저지시티'다. 이곳의 평균 월 임대료는 5500달러로, 보스턴(4878달러), 실리콘 밸리의 팔로알토(4672달러) 등을 제치고 미국에서 집을 빌리는 데 가장 비싼 도시가 됐다. 임대료는 1년새 66%나 뛰었다.

저지시티는 맨해튼·브루클린·브롱스·퀸즈·스태튼 아일랜드에 이어 뉴욕시의 소위 6번째 자치구로 불린다. 뉴욕주가 아닌 뉴저지주에 있지만 허드슨 강 건너 맨해튼을 마주보고 있어, 넓고 쾌적한 새 아파트를 원하는 뉴요커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뉴욕시는 정확한 계산을 위한 제반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대료 순위 조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 엘리먼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평균 월세는 지난 6월 기준 5000달러 이상으로 사실상 '넘버 원'이다. 실제로 맨해튼의 임대료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위치와 집 크기에 따라 월 1만 달러(약 1300만원)를 내도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뉴욕을 떠나면서 임대료가 잠시 낮아졌지만, 이제는 '코로나 디스카운트'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다시 짐을 싸야 하는 형편이다.

뉴욕시는 왜 이렇게 임대료가 비쌀까.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비용, 이기주의와 정치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렸다고 지적했다. 뉴욕이 인구 5500만명의 '괴물 도시'로 팽창할 가능성이 있다는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경고에 1961년 뉴욕시는 건물의 크기와 주거 인원을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뉴욕시의 많은 지역에 1가구 또는 2가구 주택 이외의 주택을 짓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었고, 60년 넘도록 뉴욕시는 고질적인 주택부족 상태를 겪어왔다.

규제가 문제라면 이를 다시 풀면 된다. 하지만 정치 싸움 속에서 '합의'는 없었다.

워싱턴의 정책·연구단체 '업 포 그로스'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시는 2019년에 이미 34만채 이상의 집이 추가로 필요했다. 일자리 증가를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최대 도시에서 집이 모자라다면 더 지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뉴욕에 '집주인'으로 안착한 사람들은 변화가 불편하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소송을 통해 진행을 막거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았다. 개발업자들은 주민들의 반대가 예상되면 아예 계획을 접었다. 원자재값 등 치솟는 건축비용도 문제다. 금리 인상은 개발 비용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이밖에 뉴욕시의 건축·배관·전기법규 등에 들어가 있는 독특한 규제 조항들도 개발 비용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과연 앞으로 뉴요커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뉴욕타임스는 '도시가 점점 부유해지고 있다'고 했다. 도시의 '허리' 역할을 해 왔던 오랜 거주자들이 보금자리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여유있는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야야 할 대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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