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대신 '학생이 주인공'…학생 부스·공연 늘리는 대학들

아이돌 대신 '학생이 주인공'…학생 부스·공연 늘리는 대학들

이현수 기자
2026.05.30 06:31

[기획]대학 축제의 가격표④

[편집자주] 대학 축제가 바뀌고 있다. 주인공은 학생에서 '아이돌'로 재판된 지 오래다. 섭외 경쟁으로 수억원대로 뛴 섭외비를 메우기 위해 캠퍼스 곳곳은 기업 홍보 부스로 채워진다. 학생증 거래와 암표도 횡행하고 있다. 대학 축제를 둘러싼 상업화 실태와 달라지는 캠퍼스 문화의 현재를 짚어봤다.
139주년 대동제가 열린 지난해 5월14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가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139주년 대동제가 열린 지난해 5월14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가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대학 축제가 아이돌 공연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에서도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대학들이 있다. 유명 가수 섭외 경쟁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콘텐츠에 무게를 두면서 '함께 만드는 축제'의 의미를 살리려는 시도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대학은 학생 부스와 체험형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며 학생 참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아이돌 공연이 축제의 흥행을 좌우하는 흐름 속에서도 대학 구성원이 직접 축제를 만드는 경험에 무게를 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화여대다. 이화여대 축제는 학생 참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 20~22일 열린 해방이화 140주년 대동제 '리베르테'에는 약 150개 학생 부스가 참여했다.

특히 동양화 전공 학생들이 제작한 부채와 도예과 학생들의 도자기 등 각 전공 특색을 살린 부스가 호응을 얻었다. 일부 동아리가 판매하는 떡꼬치 등 입소문 난 먹거리도 매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화여대 축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도 150개 부스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며 "동아리들은 부스 운영을 통해 한 해 활동비를 마련하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 자치 활동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가수 공연은 폐막식 당일 하루만 진행됐다. 대형 공연장이 아닌 잔디광장에서 관객 3000명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형태로 열린다. 대신 올해 축제 기간에는 40여개 학생팀이 공연을 올렸다. 영산 줄다리기와 비빔밥 비비기 등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전통 행사도 진행됐다.

축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유명 가수 공연도 의미가 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팬들 중심으로 즐기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식 축제 고민"…연예인 공연 없애고 학생 기획 프로그램으로 대체
지난해 10월1일 대구 계명문화대 가을 축제 '2025 비슬제(새봄월드)'에서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기획한 '호러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제공=계명문화대.
지난해 10월1일 대구 계명문화대 가을 축제 '2025 비슬제(새봄월드)'에서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기획한 '호러하우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제공=계명문화대.

기존 연예인 공연을 아예 없애고 학생 프로그램 중심으로 축제 운영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계명문화대는 지난해 가을 축제 '2025 비슬제(새봄월드)'를 외부 가수나 전문 행사 대행업체 없이 학생 주도로 진행했다.

특히 총학생회가 직접 기획한 '호러하우스'는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약 3주 동안 음향·조명 연출부터 소품 제작까지 직접 준비했다. 놀이공원을 테마로 기획한 게임 공간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윤민주 계명문화대 제63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축제에서는 연예인을 초청해왔지만 다른 대학 행사와 비슷하거나 보여주기식이라는 고민이 있었다"며 "학생들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공연 무대 역시 학내 구성원 누구에게나 개방했다. 가수로 활동하는 재학생부터 40~60대 중장년 학생, 외국인 유학생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의 주체가 학생이 되는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대학가에서 학내 밴드가 인기였다면 최근엔 아이돌 공연이 핵심 콘텐츠가 됐다"면서도 "축제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수동적인 관객에 머무르는 형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기회와 지원이 주어지면 기대 이상의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나온다"며 "각 대학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축제 방향을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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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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