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위한 변명[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10.18 03:06

올 2월 일이다. 옆집에서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집 전체를 뜯어고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온갖 쓰레기와 자재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하루 종일 먼지가 자욱했다. 인부들은 현관 문을 활짝 열고 일을 했다. 우리 집 현관 문틈으로 걷잡을 수 없이 먼지가 들어오더니 거실에 먼지가 쌓였다. 하루에 몇 번을 쓸고 닦아도 소용 없었다. 인부들에게 문을 닫고 일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화도 내봤지만 헛수고였다.

하루는 중국인 지인이 집에 놀러 왔다가 집안 꼴을 보더니 옆집을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놨다. 그 뒤로 먼지 날리는 일이 없었다. 지인은 말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험한 일 하는 사람들인데 저 사람들하고는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세게 나가야 한다."

인부들은 농민공들이었다. 시골에서 배운 것 없이 도시로 올라와 저임금에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이들이다. 그들이 없으면 도시는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도시민들은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업신여긴다.

농민공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죽어라 일을 해도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그들이 자욱한 먼지 속에서 폐를 상해가며 일할 동안 시내 화이트 컬러들은 우리 돈으로 1만~2만원짜리 점심을 사먹는다. 이제 막 1인당 가처분소득이 1만달러 중반을 넘어선 나라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의 불평등 국가다.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 도시민 하위 20%와 상위 20%의 1인당 가처분소득 격차는 8.7배(2020년)에 이른다. 농촌이라고 다르지 않다. 같은 기준 농민 내 소득 격차도 8.2배다. 도농간 격차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 정책 우선순위로 공동부유를 내건 이유다. 빈부격차 심화는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성장 의욕을 꺾는다. 결혼과 출산 포기는 덤이다.

돌이켜보면 시 주석이 2013년 주석에 오르자마자 반부패 드라이브를 건 이유 중 하나도 부익부빈익빈 해소였다. 꽌시(관계, 연줄)라는 이름의 천문학적 뇌물은 공무원이 손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이었다. 시 주석이 '그들만의 리그'에 철퇴를 내리면서 지난 10년간 1130만명이 부정부패 도마에 오르고 470만명은 조사를 받았다. 그 중 150만명은 사형을 포함한 처벌을 받았다.

시 주석이 이번 20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권좌를 내줄 경우 중국 사회가 과거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빈부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하층민의 희생으로 값싸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지점에서 시 주석과 중국 민중의 의견은 일치한다.

시 주석이 중국의 대승적 장래에 목숨을 건 지도자인지, 단순히 자리에만 연연한 권력자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성장이 더디더라도 더 이상 양극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시진핑 주석과 그에게 권력을 용인한 중국의 선택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 될수록 고착화 된다는 양극화를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서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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