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맞춰 중국계 회사 제재했더니 미·중 합의…난처한 네덜란드

베이징(중국)=안정준 기자
2025.11.05 14:20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 50% 침투 규정(이하 수출통제)' 유예 합의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의 중국 반도체 자회사 '넥스페리아'에 대한 자산동결 제재가 이어진다. 제재의 근거였던 미국의 수출통제가 유예됐지만 네덜란드는 자국 안보상 이유로 여전히 제재를 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제재를 풀라며 압박 수위를 올린 가운데 네덜란드가 진퇴양난의 난처한 상황에 처했단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만나 회담하기 전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2025.10.30 /로이터=뉴스1

5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일 홈페이지를 통해 넥스페리아 사건 관련, "(네덜란드는) 기업 내부 사무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고 문제의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네덜란드는 지난 9월30일 행정명령을 발표해 넥스페리아에 부당하게 간섭했고, 네덜란드 기업법원은 중국 기업의 지분을 박탈하는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이후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지난 1일 (넥스페리아에 대한) 조건부 수출 면제를 부여한다고 발표했지만 네덜란드는 여전히 독단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가 넥스페리아에 내린 자산동결 처분 등이 철회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강도높게 비난한 셈이다. 넥스페리아는 중국 민영기업 원타이가 2018~2020년 단계적으로 200억위안(약 4조원)을 투입해 지분 전량을 인수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이다.

네덜란드가 넥스페리아에 자산동결 처분을 내린 건 미국이 수출통제 규정을 발표한 지난 9월29일 하루 뒤다. 이 규정은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자회사까지 규제하도록 하는 조치다. 중국 기업 본사가 해외 자회사를 통해 각종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네덜란드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기업 이사회 결정을 정부가 무효화 하는 '상품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했고, 네덜란드 법원은 넥스페리아 자산동결 제재를 결정했다. 중국 본사인 원타이로선 넥스페리아를 통한 기술이전, 지분이동 등이 막힌 셈이다.

이에 중국 역시 넥스페리아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제품 후가공을 중국 내 생산기지에서 처리하는 넥스페리아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범용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넥스페리아에 생산 차질이 빚어져 글로벌 완성차 업계 생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단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키로 합의했고, 중국도 넥스페리아에 내린 수출 통제 조치를 조건부로 풀기로 했다. 당초 수출통제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가 사라진 것이지만 네덜란드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중국 상무부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강도 높은 비난을 한 게 지금까지의 과정이다.

네덜란드로선 미중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린 수출통제 조치를 쉽게 물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으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린 조치인 만큼 해당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선 여론이 납득할 만한 논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네덜란드가 진퇴양난의 난처한 상황에 놓였단 해석도 제기된다.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의 세바스티안 콘틴 트릴로-피게로아 지정학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네덜란드는 법적 일관성과 정치적 신뢰, 산업 생존 사이에서 복잡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