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비리 의혹으로 사임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들이 잇따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마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종전)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항상 정확히 제시해 준 안드리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단결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것 외에 어느 것도 우리를 흔들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르마크가 사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이 예르마크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사임했다는 점에서 예르마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던 예르마크가 사임하면서 협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르마크는 지난 주말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끌면서 종전안에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수정하는 데 기여했다.
종전을 서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측근의 잇따른 비리 의혹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는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압박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가 의도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시점을 골라 종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종전안 수정안을 전달받았다며, 다음 주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의 정확한 방문일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면서, 구체적 합의 조건에 대해선 "서두르거나 확성기처럼 공개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