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반환경' 정책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시계를 뒤로 돌렸다. 포드가 전기차 관련한 195억달러 규모(약 28조6000억원)의 자산을 상각하고 2세대 전기차 모델 전체를 사실상 단종한다. 전기차 세액 공제가 종료된 후 전기차 수요가 줄자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다시 주력하기로 한 것.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15일(현지시간) 완전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을 가솔린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드명 'T3'로 알려진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과 전기 상용 밴 개발도 중단한다.
포드의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로이터통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한 게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포드는 현재 17%인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켄터키 배터리 공장에서 일부 인원을 감축한다.
자산 상각은 내년과 2027년까지 분산해 반영하기로 했다. 이 중 약 85억 달러는 계획된 전기차 모델 출시 취소와 관련된 비용이고, 약 60억 달러는 한국 SK온과의 배터리 합작투자 계약 해지와 관련된 것이다. 회사는 올해 조정된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EBIT) 전망치를 기존 60억~65억 달러에서 약 70억 달러로 높여 제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2010년대 초 이후 전기차 투자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을 뒤집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30일 연방 정부의 세액 공제 지원(7500달러)을 끝내면서 11월에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통과된 대규모 세제 및 지출 법안에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비 규정 위반 벌금 부과를 동결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런 가운데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2만5583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결국 포드는 그 후속 모델이자 2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인 T3 픽업트럭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T3를 생산하려던 테네시 공장에선 2029년부터 새 가솔린 트럭을 생산한다. 대신 전기차 부문은 더 저렴한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의 비밀팀이 개발할 첫 번째 모델의 가격은 약 3만 달러로, 루이빌 공장에서 생산해 2027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포드의 가솔린 및 전기차 사업부 책임자인 앤드류 프릭은 "수익성이 없는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하는 대신, 수익성이 더 높은 분야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기차 사업에서 약 50억 달러의 손실을 본 포드는 올해는 이보다 큰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선 제너럴모터스(GM)과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GM은 10월 전기차 공장 계획을 조정하면서 16억 달러의 손실을 인식했다.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계획을 일부 철회해 전기 램 픽업트럭 출시를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포드는 SK온과의 파트너십이 종료됨에 따라 포드 자회사가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을, SK온은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 및 운영할 것이라고 이날 설명했다. 켄더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용도를 변경해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 셀 시설로 전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