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공식 외교 채널: 제도·절차보다 인맥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1.03 06:00
[편집자주] 지난해 6월 PADO가 소개한 니얼 퍼거슨의 인터뷰에서 이 세계적인 역사학자는 현재의 미국을 "로마 공화정 말기와 닮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帝政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혼란상이 미국에서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변화는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트럼프의 '국가자본주의'는 연방정부가 시장과 기업에 깊숙이 개입하며 기존 자본주의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물리적 팽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776년 건국 당시 300만 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이제 3억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설계했던 초기 공화정 시스템으로 이 거대한 나라를 유지하기란 버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로마 역시 확장을 거듭하며 비대해진 관료제와 상비군을 감당하기 위해 결국 제정으로 이행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이러한 '제정화'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과거와 달리 '제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식 외교 라인 대신 가족이나 측근을 통해 타국과 교섭하는 방식은, 거대한 가문을 통해 국가를 통치하던 옛 제왕들의 '가족 비즈니스'를 연상케 합니다. 퍼스트레이디나 자녀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관행이 없던 건 아니지만,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공화정은 드문 체제였고, 대다수 인류사는 왕정과 제정의 시간이었습니다. 니얼 퍼거슨은 "250년 이상 지속된 공화국은 전례가 드물다"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로마 공화정은 귀족파와 평민파의 극한 대립 속에서 마리우스와 폼페이우스, 카이사르를 거쳐 결국 옥타비아누스라는 제왕의 등장을 맞이했습니다. 미국이 건국 250년을 기점으로 설계된 공화정을 수성할지, 아니면 로마처럼 새로운 형태의 제정으로 이행할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반복될지 새로운 길이 열릴지는 미지수이나, 미국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냉철하게 이 거대한 변화를 직시해야 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남부 플로리다 소재 비공식 '제2백악관'과 맞닿은 지역구를 둔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 연방하원의원은 자신의 워싱턴 사무실에 커다란 원목 회의테이블을 두고 있다. 그는 이 테이블 위를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생수병들로 늘상 채워둔다.

이곳에는 워싱턴의 각국 대사관과 전 세계 수도들에서 온 손님들이 매일같이 찾아온다. 바로 전날만 해도 나이지리아, 터키, 아제르바이잔, 대만, 그리고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두 나라에서 방문객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 가지 준비를 하고 온다고,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매스트 의원은 말한다. 바로 '자기 나라가 미국에 무엇을 팔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들 모두가 여기 들어와서는 '우리나라의 이 광물은 품질이 세계 최고입니다' 아니면 '우리나라는 이 광물 정제 능력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의회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스트 의원은 이를 새로운 유행에 비유하려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잠시 망설인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잇(it) 드레스" 같은 걸까?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새 핸드백이라고 부르죠. 모두가 이 핸드백을 들고 옵니다."

거래적 접근이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을 규정하는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라면—즉, 미국이 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외국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특사'다.

한 전직 국방관료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에 따른 정책"이 지금까지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을 떠받쳐온 절차와 제도를 대체했다. 국무부 대신 전면에 나선 인물은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스티브 위트코프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평화 협상'을 담당하는 특사로 임명돼 모스크바, 리야드, 예루살렘 등지를 오가며 이른바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트코프의 곁에는 트럼프의 사위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재러드 쿠슈너가 있다. 그는 공식적인 정부 직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걸프 지역 군주국들과의 비즈니스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미국을 대표해 중동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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