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제 삐걱' 중국, 신경제가 살릴까…올해를 정할 5개 키워드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6.01.04 07:31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블룸버그

지난해 중국은 부동산 침체가 지속됐지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칩 종목이 연일 급등하며, 구경제(Old economy)의 추락에도 신경제(New economy)는 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경제와 신경제라는 두 개의 틀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을 견인했던 부동산, 소비재 등 구경제가 성장을 멈췄지만, AI·반도체·전기차·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경제는 바통을 넘겨받고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중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올해 가동이 시작된 15차 5개년 계획, 5% 성장, 부동산 시장 안정화, 300%를 넘어선 총부채비율, AI 칩으로 역시 구경제, 신경제와 엮여 있다. 5개 키워드를 통해 새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보자.

①15차 5개년 계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3월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다. /AFPBBNews=뉴스1

지난해 10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는 '국민경제·사회 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에 관한 건의'(이하 '건의')을 심의, 통과시켰다.

중국 경제에 있어 5개년 계획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중국이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포함한 차세대 IT 산업 집중 육성에 나선 이후 중국 BOE가 LG디스플레이를 끌어내리고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는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바탕이 되는 건의에서는 △고품질 발전의 중대한 진전 △과학기술 자립·자강 수준의 대폭 향상 △전면적 개혁 심화와 새로운 돌파구 마련 △사회 문명 수준의 명확한 향상 △지속적인 삶의 질 개선 △아름다운 중국 건설의 새롭고 중대한 진전 △국가 안보 방어체계 강화 등 7대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종합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크게 도약시키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중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7대 목표를 보면 '고품질 발전, 과학기술 자립 자강' 등 첨단기술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중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국의 잰걸음이 계속될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5차 5개년 계획은 오는 3월5일부터 개최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②5% 성장
중국 경제 성장률/그래픽=김다나

지난해 리창 중국 총리는 성장률 목표치로 약 5%를 제시했다. 지난해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5.4%, 2분기 5.2%였지만, 3분기에는 4.8% 떨어졌다. 하지만 1∼3분기 누적 성장률이 5.2%에 달해, 약 5% 성장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세계은행이 작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높은 4.9%로 상향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5.0%로 제시했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약 5%'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중국이 올해도 성장률 목표로 약 5%를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중국이 다소 공격적으로 '약 5%'의 성장 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대로 15차 5개년 계획에 관한 건의에서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15년 7.0%에서 2019년 6.1%로 내려왔으며 지금은 5.0% 수준으로 장기적인 성장 추세 둔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에도 중국이 기록적인 수출 호황에 힘입어 약 5% 성장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과 소비 둔화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중요하다. 중국은 작년 1~11월에만 1조75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무역흑자 1조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무역 불균형에 대한 각 국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③부동산 시장 안정화

현재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산업은 2021년까지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주역이다. 특히 고속성장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보다는 부채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몰두한 부동산 업체가 급성장했다. 이미 파산한 헝다와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대표적인 업체다.

하지만 부동산업체들의 공격적이고 무분별한 확장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2020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계의 부채폭탄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 등 디레버러징(부채축소)에 나섰고 이를 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부동산업체가 속출했다.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온 왕년의 부동산 1위 업체 완커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이며 중국 부동산 침체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완커는 만기가 도래하는 20억위안(약 4000억원), 37억위안(약 7400억원) 규모의 채무상환을 30거래일씩 연장하며 가까스로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 부동산 침체는 부동산 업체뿐 아니라 중국 부동산 경기가 꺼지려 할 때마다 성장률 달성을 위해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으며 이렇다 할 조정 없이 20년 넘게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온 중국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는 중국 GDP에서 부동산 관련 업종의 비중이 약 2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금액 추이/그래픽=윤선정

중국 부동산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가 부동산 개발 투자금액이다. 이 금액은 2000년대 들어 20년 넘게 줄곧 상승하며 2021년 최고치인 14조7600억위안(약 2952조원)을 찍었으나 2024년 10조위안(약 2000조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전년 대비 15.9% 줄어든 7조8600억위안(약 1572조원)에 그쳤다.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금액이 상승 전환해야 부동산 시장도 마침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④GDP 대비 300% 넘은 총부채비율
중국의 부문별 GDP 대비 부채비율/그래픽=이지혜

부채도 골치거리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중국의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는 GDP 대비 302.3%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처음 300%를 넘을 전망으로 작년 3분기 말 중국의 총부채는 약 400조위안(약 8경원)에 달했다.

특히 작년 1~3분기 동안 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11.6%포인트 상승하면서 것으로 3개 분기 만에 2024년 상승폭(10.1%포인트)을 넘어서는 등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또한 총부채비율 상승에도 가계 부문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 부채 비율은 GDP 대비 60.4%로 전분기(61.1%)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인들이 집을 팔거나 소비를 줄여서 대출,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 3분기 말 기업 부채 비율은 GDP 대비 174.4%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기업들이 공장 건설 등 고정자산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67.5%로 전분기 대비 2.2%포인트나 올랐다.

가계 부문이 대출을 줄이고 기업도 신규 투자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데, 정부 부채만 늘었다는 건 안 좋은 신호다. 이는 2021년 부동산 침체 이후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지방 정부의 재정상황 악화로 중국 중앙 정부가 부채를 늘려 지방 정부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총부채비율 상승은 총체적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도 크다.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라는 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졌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GDP 증가 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부채비율이 더 높아진다.

GDP 대비 300%를 넘은 총부채비율에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은 디레버리징, 정부 부문은 레버리징에 나서는 중국이 올해 부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야 한다.

⑤미국에 맞서기 위한 AI 칩 자립

지난해 12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AI 칩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했으며 엔비디아는 오는 2월부터 H200을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의 거듭되는 대중 AI 칩 수출 통제에 중국은 엔비디아에 종속될 바에야 차라리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중국 AI 칩 업체를 활용한 AI 칩 자립으로 방향을 굳혔다.

작년 중국 증시를 가장 화려하게 수놓은 종목도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메타엑스 등 AI 칩 업체다. 한동안 유일한 중국 AI 칩 상장사였던 캠브리콘은 한때 바이주업체 마오타이 주가를 추월하며 중국 황제주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캠브리콘 시가총액만 약 6000억위안(약 120조원)에 달한다.

작년 12월 5일과 17일에는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무어스레드와 메타엑스가 상장 첫날 각각 425%, 693% 폭등하는 등 연말 중국 증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중국 4대 GPU 업체 중 나머지 두 곳인 비렌테크놀로지와 엔플레임도 기업공개(IPO) 준비에 한창이다. 비렌테크놀로지는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주요 AI 칩 업체 매출/그래픽=최헌정

중국 4대 GPU 업체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고위 경영진 출신이 창업해, 경영진의 기술력도 충분하고 글로벌 경험도 많다.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엔플레임·메타엑스는 AMD, 비렌테크놀로지는 화웨이와 AMD 출신이 각각 창업했다.

실적은 2020년 일찌감치 커촹반에 상장해, 선제적으로 투자한 캠브리콘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작년 상반기 캠브리콘 매출은 28억8100만위안으로 무어스레드(7억200만위안), 메타엑스(3억2000만위안)을 큰 폭 넘어섰다. 순이익도 캠브리콘은 10억3800만위안에 달한 반면 무어스레드(-2억7100만위안), 메타엑스(-2억3300만위안)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메타엑스 등 중국 AI 칩 업체가 얼마나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이느냐도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