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법무부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기소를 추진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해 전직 연준 의장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이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통하는 중앙은행 수장과 대통령이 사실상 정면 충돌하는 데 따른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다. 여권인 공화당과 행정부 내에서도 "강압 시도", "상황이 엉망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 버냉키 등 전직 연준 의장들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회가 연준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수사는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사태는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더 넓게는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며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버냉키 전 의장을 비롯해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에서 재직했다.
성명에 동참한 옐런 전 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파월 전 의장이 의회 청문회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파월 의장을 잘 아는데 위증했을 가능성은 '제로'(0)"라며 "나는 그들이 파월 의장의 자리를 원하고 파월 의장을 내쫓고 싶어서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의 전임자로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역임한 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아직 파월 의장에 대한 혐의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이게 신속하게 해결되고 연준이나 연준 활동에 대한 정치적 개입처럼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공화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수사를 "강압 시도"라고 비판했다. 평소 파월 의장을 비판해온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 역시 "파월 의장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수사가 신속하게 종료돼 연준이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준 지명자에 대한 어떤 인준도 반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2명의 의원이 추가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경제와 시장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전날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수사 때문에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 연준 이사직을 곧바로 사임하지 않고 연준 이사직 임기인 2028년 초까지 연준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