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서 물러난 제롬 파월 이사가 정책적 이견을 이유로 행정부가 연준 인사 해임을 시도하면 연준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이사는 31일(현지시간) 보스턴 존 F. 케네디 기념 도서관에서 '존 F. 케네디 용기상'을 수상한 뒤 "연준의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귀중한 자산"이라며 "우리는 시민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 첫 공개 발언이다.
특히 그는 행정부가 정책 이견으로 연준 인사를 해임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향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될 경우 연준이 모든 미국인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의사 결정을 내릴 거란 국민의 믿음도 무너질 거라고 봤다.
파월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인물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라는 게 외신의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당시 연준에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불응하는 파월에 사임을 종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추진 중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몇 주 안에 쿡 이사 해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발언은 파월 이사가 지난달 케빈 워시 신임 의장에게 수장 자리를 넘겨준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파월 이사는 의장 임기가 끝났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2028년 1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파월 이사가 용기상을 받은 것 자체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이 상은 정치적 불이익이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원칙에 따라 행동한 공직자나 시민에게 수여된다. 재단은 파월 이사를 용기상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정부 최고위층으로부터 수년간 개인적인 공격과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