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월 4일자 기사를 통해 자민당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쳤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이끄는 자민당은 단독 과반 확보는 물론, 개헌 가능 의석수까지 돌파했습니다. 이제 '평화헌법' 제9조 개정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강력한 동력을 손에 쥔 것입니다. 일본 전후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승리 요인은 명확합니다. 첫째,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인 '보수적이면서도 포퓰리즘적인 정책 기조'를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둘째,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세습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라는 점이 유권자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셋째, '중도개혁'을 표방했으나 지리멸렬함을 벗어나지 못한 야당의 무능이 반사이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전쟁 가능한 일본'과 '무제한적 금융완화'를 통한 경제 회복을 꿈꿨습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강하고 부유하게'라는 부국강병의 슬로건을 내걸고, 대중국 강경 노선을 천명하며 지지층을 결집했습니다. 엔저와 평화헌법 개정을 향한 그의 직설적인 화법은, 밋밋하고 나태해 보이는 야당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일본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FT가 지적했듯, 다카이치 정권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포퓰리즘적 인기에 기반한 국정 운영이 언제까지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당장 엔저와 재정 팽창이 불러올 인플레이션, 그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는 시급한 해결 과제입니다. 또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필수적인 시점에, 오히려 배타적인 분위기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우려스럽습니다. 중국과의 대립각이 경제 회생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뼈아픕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는 '최초의 여성·서민 총리'라는 이미지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지속 가능한 정책 기조를 확립해야 합니다. 방위 산업 육성과 '보통 국가화'만으로는 1억2000만 일본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이미 1인당 GDP에서 한국과 대만에 추월당했다는 일본 국민의 초조함, 다시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그 절박한 염원이 이번 표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자민당의 인기는 언제든 곤두박질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패배한 '중도개혁' 야권 세력 또한 일본 국민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통렬하게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낡은 인물과 서사로는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2026년 2월 8일(현지시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당선자 이름 위에 축하의 의미인 붉은 종이 꽃을 붙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전후 일본 역사상 가장 짧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닷새째이자, 지역 자민당 후보의 30분간 연설이 끝난 직후, 가나가와 사이언스파크를 가득 메운 3000명의 군중은 마침내 그들이 기다리던 인물을 맞이했다.
이번 주 압승 가능성이 거론되는 강경 보수 포퓰리스트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환호와 박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려는 휴대폰 물결 속에서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무대에 올랐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는 선거 기간 동안 전임자들이 겪지 않았던 개인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외모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녀가 유세 현장에서 신은 신발은 네티즌들에 의해 곧바로 2020년 출시된 샴페인 골드 색상의 미즈노 워킹화로 특정됐고, 큰 화제를 모았다.
"신발 멋져요! 걸파워!" 49세의 지역 의류점 주인은 81세 어머니와 십대 딸과 함께 앞자리를 차지한 기쁨에 들뜬 채 외쳤다. 다음 날에는 팬들이 해당 신발을 기념하는 AI 만화 사이트까지 제작했다.
도쿄 인접 산업도시 가와사키의 지역 유권자들이 주축을 이룬 군중은 일본 국기와 다카이치의 초상화, 그리고 '사랑한다'는 의미의 하트 그림이 흔들었다. 30년간 정치에 몸담았지만 총리직에 오른 지는 3개월에 불과한 인물을 향한 열광이었다.
다카이치에 대한 흥분은 국내적 현상이지만, 일요일 선거의 파장은 세계적인 것이 될 전망이다. 그녀의 재임은 이미 일본과 미국의 국채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관계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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