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측 대표들이 이란과 입장 차이를 상당히 좁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허가받고, 그간 비축한 고농축 우라늄은 희석하는 데 트럼프 행정부 대표단과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단 이란 측 주장이 사실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명의 이란 외교관 주장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 등 미국 협상 대표들이 이란과 핵 협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그간 비축한 고농축 우라늄은 이란이 계속 보유·희석하며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재하지 않을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란 관리들은 앞서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쿠슈너와 위트코프 특사가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갖게 하지 않겠다"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은 이란 국외로 반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슈너·위트코프 협상단은 농축도 5% 미만 우라늄 농축은 허용할 테니 핵 프로그램을 의료 연구·핵 발전 등 민간 용도로만 운영하라는 취지의 제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도 농축도 5% 미만을 조건으로 한 핵 협상에 동의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안에 이란 측 협상단은 예상보다 원만한 조건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주장하는 경제 제재 완화나 미국과 국교 수립은 아직 논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협상 성사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이란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 중",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인 이란의 핵 무기 보유를 절대 허락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다만 "이란 핵 문제는 외교를 통해 해결하기를 선호한다"고 했기 때문에 협상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미국에 화석연료와 핵심 광물 사업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에 매장된 화석연료, 광물을 미국이 개발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 경제적 이득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이용해 핵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노림수다.
이란 측 익명 소식통은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석유, 가스, 핵심 광물 광업권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란은 베네수엘라 사례를 연구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원유 개발을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 8000만배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인데,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또는 제3국이 참여한 핵 프로그램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다만 감시 체계 구축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 협상 탈퇴를 선언하자 이란은 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미국, 이란 대표단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10일이나 최대 15일 정도"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만큼 마지막 핵 협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