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1일(현지시간)사상 최대 규모의 비상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임시 처방인 비축유 방출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민간선박에 대한 이란군의 공격이 멈추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더 주목했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5월물은 정산가 기준으로 전장보다 4.8% 오른 배럴당 91.98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정산가는 4.6% 오른 배럴당 87.25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날 역대 최대인 4억 배럴 규모의 비상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유가는 오히려 올랐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이날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 발표 직후 "이번 방출 규모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한 달 가까이 버틸 수 있는 양"이라며 "중동 갈등이 이달을 넘어서면 추가 방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유가 상승을 두고 시장이 이란전쟁 중·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공격이 이날도 이어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고조됐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회사가 소유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엑스프레스룸호 등 선박 4척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공격해 멈춰 세웠다고 밝혔다.
이란 카탐 알안비야 군사지휘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단 1리터의 석유도 미국이나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그리고 그들의 동맹에 도달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럴당 200달러 유가를 준비하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만에 묶인 원유 규모를 고려하면 비축유 방출 등 정책 조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IEA 주도의 비축유 방출이 시장 진정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로는 하루 16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에 부족하다"며 "초기 완충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