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제거를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정작 이란이 기뢰 위치를 다 모를 뿐 아니라 제거능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해협 개방을 안하는 게 아니라 실상은 못하는 쪽에 가깝단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한 기뢰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기뢰를 제거할 능력도 부족하다. 이것이 호르무즈 해협을 신속히 개방하라는 요구에 이란이 응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NYT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인 지난달 소형 선박들을 이용해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 이란은 그뿐 아니라 드론 및 미사일 공격 위협을 통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다른 선박의 수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란은 종전 협상서 막강한 협상카드를 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2주간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 "기술적 한계를 적절히 고려해" 해협이 통행에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은 아라그치의 기술적 한계 언급이 이란이 기뢰를 신속히 찾거나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에 기뢰를 무질서하게 부설했다. 이 때문에 안전하게 이동 가능한 항로들은 기존보다 상당히 제한돼 있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선박들이 해상 기뢰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발령했고, 반관영 언론들은 안전 항로를 보여 주는 지도를 공개했다. 해협의 한 가운데 커다란 원형 지역을 우회해서 이란 육지 가까이 붙어서 이동하는 항로다. 이 원형 지역, 이른바 위험·제한구역에 기뢰가 있는 걸로 보인다.
이란이 모든 기뢰를 어디에 설치했는지를 정확히 기록했는지, 했다면 기록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위치가 기록된 경우에도 기뢰는 원래 부설한 위치를 벗어나 해류를 따라 떠다니거나 이동할 수 있는 방식도 가능하다. 일부에선 이란 해군이 미군의 공격에 인력과 장비를 상당부분 잃은 것도 기뢰 위치 파악을 어렵게 하는 한 배경이란 주장이 있다.
기뢰는 부설하는 것보다 제거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세계 최강 군사력을 지닌 미군도 기뢰 제거 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라 기뢰 제거 장비를 갖춘 연안 전투함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또한 자신이 부설한 기뢰조차 신속하게 제거할 능력이 부족하다.
NYT는 이 같은 한계가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이란-파키스탄 3자의 종전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얼마나 빨리 기뢰를 제거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안전한 항로영역을 지금보다 넓힐 수 있는지가 협상의 속도나 진전에 변수로 보인다.
현재 안전하게 이동 가능한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매우 좁다. 이란이 하루 15척 이내로만 통항을 허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국가들을 위한 호의로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