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다음은 밥값?…"비료 못 만들어" 식량위기 부른 이란전쟁

정혜인 기자, 윤세미 기자
2026.04.23 04:10

LNG공급 줄며 비료생산 타격… 파나마운하까지 물류차질 확산
저부가 곡물 운송 후순위 밀려, 일부 농산물 운임 50~60% 쑥

글로벌 비료가격지수/그래픽=임종철

미국-이란 전쟁의 외교적 해결 기대가 약화한 가운데 전쟁의 충격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세계 식량 공급망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에너지가격 상승이 비료생산 감소로 이어지면 작물생산, 식품가격에 차례로 영향을 줘 세계 식량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얘기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T 원자재 서밋'에 참석한 시장관계자들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LNG(액화천연가스) 공급차질이 비료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며 식량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원유뿐 아니라 LNG 수출량의 약 20%와 해상 비료 교역량의 약 33%를 담당하는 핵심 통로로 식량생산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날 행사에서 대형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인 비톨의 LNG부문 책임자 파블로 갈란테 에스코바르는 "우리는 이미 시간을 빌려 쓰는 상황이며 현재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LNG 공급차질이 이미 산업용 수요를 억제한다"며 "(이란전쟁 이후) 감소한 가스수요의 약 40%가 공장, 특히 비료 생산시설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LNG는 비료생산의 핵심원료다. LNG를 활용해 생산되는 암모니아는 요소 등 질소비료의 주요 성분이며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황 역시 인산비료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LNG 공급감소가 중장기적으로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전쟁에 따른 물류차질이 아메리카대륙의 파나마운하까지 확산한 점도 식량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산 대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서 운하를 통과하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선박간 경쟁이 격화한다.

특히 곡물 등 저부가가치 화물을 실은 벌크선은 뒷순위로 밀리면서 운송지연 현상이 극심하다. 클라크슨의 루이사 폴리스 분석책임자는 "벌크선의 운하 대기시간은 약 40일에 달하고 일부 곡물운임은 이미 50~60% 상승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농산물 거래업체 루이드레퓌스컴퍼니의 최고리스크책임자 비제이 차크라 바르티는 비료원료인 황 등이 구리제련 등 고부가 산업에 먼저 쓰이면서 비료업체들이 공급망에서 뒷순위로 밀린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전쟁의 불확실성 확대 속에 전세계 항공업계는 실적전망을 대폭 낮추는 등 전쟁의 여파를 본격적으로 반영했다. 이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12~14달러에서 7~11달러로 20% 넘게 하향조정했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비용이 수십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루 전 유나이티드는 올해 운항규모를 종전 계획 대비 5% 감축하겠다고 했다.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10월까지 총 2만편의 운항을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5월 말까진 하루 약 120편을 운휴할 계획이다.

휴가철 항공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미국 수석 애널리스트는 CNN을 통해 "적어도 7월까진 갈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낙관적 전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