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리'·시진핑 '전략적 안정'…미중 정상, 무게중심 달랐다

윤세미 기자
2026.05.15 13:40

[미중정상회담]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첫날 성과를 두고 미중 양국의 시각은 엇갈렸다. 미국은 중국 시장 확대 등 실무적 성과를 강조한 반면 중국은 향후 전략적 안정의 틀을 짜는 첫걸음으로 규정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표면적 이견은 없었지만 미중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문제를 미중관계 전체로 연결지으려 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후 성명에서 양국 정상이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구매 확대와 펜타닐 원료 차단 등 마약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이 재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간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무대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은 회담 후 두 정상이 "전략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미중 관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비전"에 뜻을 모았으며,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경제·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미중 간 발표문의 차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성과를 강조한 반면 중국은 전략적 안정과 장기적 관계 틀 구축 등 원칙과 구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략적 안정의 틀을 강조한 건 미국을 이 틀에 묶어 향후 대중 압박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조지타운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러시 도시 교수는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안정을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굳히려 한다"면서 앞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견제 조치는 이 틀에 대한 위반으로 규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이 정상회담 초반 대만 문제를 거론하면서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고 전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다"고 경고한 점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전체 틀과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中 자신감 높아져

워中 자신감 높아져싱턴DC 소재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의 파트너 대니얼 크리튼브링크는 WSJ을 통해 "미국은 중국과의 건설적 안정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킬 순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이 정상 간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높아진 자신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박, 인구 감소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시 주석이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회담에 임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전쟁 중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미국으로부터 휴전을 받아내며 미국을 상대로 한 지렛대를 확인한 터다. 여기에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화한 데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군사적 부담까지 커지면서 시 주석의 협상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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