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산업이 공장과 전시장을 넘어 농장·축사로 확장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중심이던 로봇 산업의 성장 축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축산 로봇이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 축산업은 노동 의존도가 높고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반복 작업 비중이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젊은 노동력 유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개선이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컨설팅업체 베이징보옌지샹이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중국 인공지능(AI) 기반 축산 산업 시장 동향 및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규모화 양식장의 사육 인력 평균 연령은 만 49.7세로 나타났으며, 향후 5년 내 퇴직 비율은 36%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로봇이 도입되면서 실제 경제성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농업과학원이 발표한 '2025년 추적 조사'에 따르면 AI 자동화 시스템과 로봇 설비를 도입한 1만두 규모 양돈장의 경우 사료 낭비율이 약 8.3% 감소하고, 비육 기간은 약 4~5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체당 순이익이 2.6만원(약138위안) 증가했으며, 투자 회수 기간은 14.2개월로 단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축산 로봇 산업이 초기 실증 단계를 지나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낮은 자동화율과 인력난 심화로 관련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국 인공지능 축산업 시장 규모는 약 2조 4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4% 성장했으며 올해는 약 3조 230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축산 로봇 시장은 기능별로 분화되는 모습이다. 축산 로봇 중 사료 급여 로봇이 약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착유 로봇(25%), 순찰 로봇(20%), 세척·방역 로봇(15%)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중국에서는 사료 관리부터 질병 모니터링, 환경 관리에 이르기까지 축산 전 과정에서 로봇 적용 사례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사료 급여 로봇은 현재 축산 로봇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정해진 시간과 사료량에 따라 자동 급여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개체별 생육 상태와 섭취 패턴을 반영한 정밀 급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료 낭비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
실제 현장 적용 사례도 늘고 있다. 충칭시 축산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지능형 급여 로봇은 다층 사육 환경에서 자율 주행과 장애물 회피, 계량 기반 투입 기능을 결합해 투입 오차를 1% 이내로 줄였다. 수산 양식 분야에서도 자동 급여 기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부 시스템은 어류 섭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급여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잔여 사료를 최소화하고 수질 안정성을 유지한다.
착유 로봇 역시 축산 자동화에서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젖소가 스스로 착유 시점을 선택하는 '자율 착유' 방식이 도입되면서 생산 효율과 동물 복지 수준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개체별 착유 데이터와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생산 관리의 정밀도가 크게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내몽골 지역의 치스유업 쿠부치 목장은 50대 규모의 착유 로봇을 도입해 24시간 무인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하루 120톤 수준의 원유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동시에, 착유 시간과 생산량을 개체별로 관리할 수 있어 품질 균일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과 결합되면서 질병 관리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12대의 전자동 착유 로봇을 도입한 현대목업 사금 목장에서는 우유 전도율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유방염 등 질병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는 기존 사후 대응 중심 관리 방식에서 사전 예방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순찰 및 질병 관리 로봇은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축의 이상 행동이나 질병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숙련 인력의 경험에 의존하던 관리 체계가 데이터 기반 운영 방식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린 창링 중량자자캉 스마트 양돈장에서는 AI 순찰 시스템을 도입해 가축의 기침 소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질병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있다. 과거 수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청진 기반 진단'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생산성 지표인 PSY(모돈 1마리당 연간 이유 자돈 수)도 안정적으로 업계 상위 수준을 유지한다.
가금류 양식 분야에서도 적용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허난성 완화 고층 케이지 산란계 농장에서는 순찰 로봇이 적외선 열화상과 영상 인식을 결합해 폐사 개체를 높은 정확도로 식별하고, 암모니아·이산화탄소 등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환경 제어 설비와 연동돼 사육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하며 생산성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척 및 방역 로봇 역시 대형 농장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축사 환경 개선과 감염 리스크 관리 효율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후 중국 축산업 전반에서 방역 자동화 중요성이 높아진 점도 시장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일부 양돈장에서는 후이융주업의 다기능 세척 로봇을 도입해 축사 내 사각지대까지 자동으로 청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전 분사와 밀어내기 기능을 결합한 방식으로, 기존 인력 중심 작업 대비 노동 강도를 크게 낮추고 암모니아 농도와 질병 확산 위험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방역 분야에서도 자동화 로봇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지추이즈자오 청소·소독 로봇은 바닥 청소와 함께 분무형 소독 기능을 결합해 축사 내 위생 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물 순환 시스템을 적용해 장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면서 운영 효율성과 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축산 로봇 수요는 개인 농가보다 대형 집약형 축산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대형 양돈 기업을 중심으로 로봇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국 무위안식품은 일부 스마트 양돈장에서 자동 급여 및 환경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원스구펀 역시 디지털 기반 축산 관리 시스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생산성 개선 효과가 검증되면서 로봇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수준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중국 농업 로봇 기업 지페이커지는 AI 기반 질병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약 95% 수준의 질병 인식 정확도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페이 라사이터는 축사 내 유해 가스를 0.1ppm 수준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 기업 다장은 축산 관리 분야에서 센티미터급 정밀 제어 기술을 적용하며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산업 구조도 개별 장비 중심에서 플랫폼·시스템 중심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베이더우 기반 위치 추적 시스템과 AI 개체 관리 기술, 알리윈·화웨이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이 결합되며 사육 전 과정의 데이터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 작업 자동화를 넘어 축산업 전반을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셈이다.
베이징보옌지샹은 보고서에서 "스마트 축산은 단일 설비 중심에서 시스템·플랫폼 기반으로 확장되며 농업 디지털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또한 "축산 로봇은 단순 인력 대체를 넘어 생산 데이터와 방역, 품질 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