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과매수 신호…엔비디아,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했는데 이번엔?[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5.20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반도체주가 19일(현지시간)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며 3거래일만에 하락세를 그쳤다. 하지만 미국 국채수익률이 주요 저항선을 상향 돌파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은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투자자들은 20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1일 오전 5시 이후)에 공개될 AI(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이 반도체주는 물론 기술주 전반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9일 0.03% 강보합 마감했다. 전날까지 2거래일간 6.4% 떨어진 뒤의 안정세다. 이날 SOX가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친 것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2.5%), 인텔(+2.4%), 암 홀딩스(+3.7%), 마블 테크놀로지(+4.3%), 아스테라 랩스(+!3.3%) 등 30개 편입 종목 가운데 11개가 오른 결과였다.

대부분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AI 인프라 수요가 강력하기 때문에 반도체주가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즈호의 애널리스트인 비제이 라케쉬는 이날 D램과 낸드 플래시 반도체의 가격 상승세가 최소한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주가를 74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국채수익률 상승이 부담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주에 대한 수급 상황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이제 웬만한 투자자들은 모두 반도체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19일 글로벌 펀드매니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식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순 비중확대는 50%로 S&P500지수가 고점을 쳤던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이 비중축소 의견보다 50%포인트 더 많다는 의미다. 주식의 순 비중확대 비율은 지난 4월 13%에서 급등해 설문조사 역사상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반면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현금 보유 비중은 전달 4.3%에서 3.9%로 내려갔다. BofA는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현금 비중이 4% 밑으로 떨어지면 증시의 단기 매도 신호라고 보고 있다.

증시 전반의 낙관론이 투자 심리적으로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펀드매니저들의 73%가 현재 가장 쏠림이 심한 거래로 글로벌 반도체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꼽았다. 가장 쏠림이 심한 거래는 현재 주식시장의 자금이 어디에 가장 몰려 있는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는 반도체주를 더 비싸게 사줄만한 매수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금융시장에 시스템적인 신용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가장 유력한 진앙지는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4%가 AI 및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로 인한 부채를 꼽았다는 점이다. 이는 가장 많은 42%의 대답을 얻은 미국 신용시장에 이어 2번째로 지목됐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이같은 인식은 반도체주 과열 조짐과 반도체주 랠리를 촉발시킨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신용 리스크에 대해 좀더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BofA는 이날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와 별도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SOX와 거의 유사한 종목을 다른 비중으로 추종하는 반에크 세미컨덕터 ETF(SMH)가 "극도로 과매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단기 하락 신호일 수 있다.

BofA는 SMH의 주가 차트에 대해 "고점을 쳤다는 명확한 천정형 패턴이나 주가가 거래량 증가와 더불어 급등한 뒤 무너지는 마지막 오버슈팅이 없는 상태에서 포지션 설정은 전술적이어야 한다"며 "극단적인 수준의 상대강도지수(RSI)와 주가를 더 끌어올릴 힘이 바닥났다는 고갈 신호가 결합된 점을 감안하면 역사를 봤을 때 하락 반전 캔들(봉)이 나타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차트상 뚜렷한 하락 반전 신호는 없지만 투자 심리가 과열된 만큼 주의깊게 살펴보며 대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이 반도체주 랠리를 되살리려면 단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엔비디아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EPS)과 매출액을 발표하는 것은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최근 20번의 실적 발표에서 EPS는 18번, 매출액은 19번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번에 공개할 지난 2~4월 분기 EPS는 1.75달러, 매출액은 788억달러로 전망된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시장 반응인데 베스포크에 따르면 지난 13번의 엔비디아 실적 발표 가운데 다음날 주가가 상승 마감한 경우는 채 4분의 1도 안됐다. 호실적을 공개하고도 실적 발표 직후엔 대부분 주가가 약세로 반응한 것이다.

한편, 20일 개장 전에는 타겟, 로우스, TJX 등의 소매업체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오후 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3시)엔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장 마감 후에는 엔비디아와 재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인튜이트가 실적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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