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군사적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종전 협상 중단 선언'을 "가짜 뉴스"라고 지적하며 중재국을 통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종전 합의 기대를 키운다. 하지만 '자위적 차원'을 앞세운 미국의 공격과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거듭되며 불안정한 국면이 이어진다.
3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합의한 휴전을 이어가면서도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미군 병력 및 호르무즈 해협 보호 등을 앞세워 이란 선박 및 주요 군사시설을 공격했고,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국가 내 미군 기지 공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케슘섬 통신탑을 겨냥한 미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 내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와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를 각각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케슘섬은 걸프 지역 석유·가스 수송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이란 최대 섬으로, 이란 해군 및 혁명수비대의 주요 거점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케슘섬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시설과 지휘통제 시설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최근 섬 내 군사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또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유조선을 향한 미군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해협을 통과하던 라이베리아 국적의 민간 화물선 파나야(Panaya)호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미군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런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중동 내 미군 주요 기지를 겨냥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모두 요격했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군 공격은 모두 이란 공격에 대한 방어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기지 타격' 발표 직후 SNS(소셜미디어) X에 "이란의 미 제5함대 사령부와 공군기지 타격 주장은 거짓이다. 미군에 대한 이란의 모든 공격은 실패했다"며 "중부사령부의 방공망이 이란 드론 여러 대를 요격해 미군 인명과 자산 피해를 막았다"고 전했다.
또 별도 성명에서 "이란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지역 내 국가들을 향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모두 목표물 타격에 실패했다. 쿠웨이트로 발사된 이란 탄도미사일 2발은 비행 도중 추락하거나 공중 분해됐고, 바레인을 겨냥한 미사일 3발은 미국과 바레인 방공망에 의해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위적 차원에서 이란 케슘섬에 있는 군사 지상통제소에 대한 정밀 타격을 실시했다며 "미군은 현재 진행 중인 휴전 기간에도 이란의 부당한 공격 행위에 대응할 준비가 됐고, 연내 안보와 미군 및 동맹국 방어를 위해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격화로 쿠웨이트에선 민간인이 다치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쿠웨이트 당국은 이날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자국 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타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여러 명의 부상자와 심각한 시설 피해가 발생했고, 항공편 운항도 중단됐다"며 이번 공격을 "이란의 범죄적인 침략 행위"라고 규정했다.
쿠웨이트는 최근 바레인과 함께 미국 공격에 대한 이란의 주요 보복 대상이 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 1일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 관련 시설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쿠웨이트 당국은 자국 방공망이 이란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했다. 다만 당시 공격으로 쿠웨이트 주둔 미군 3명과 민간 계약직 4명 등 총 7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공식적으로는 휴전과 협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휴전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라고 평가한다. 특히 이란의 협상 중단 선언 속 현재의 충동 상황이 지속하면 당초 논의됐던 60일 휴전 연장 합의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