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안에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로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미국·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의 기업들이 절반 이상의 자금을 출자 약정한 상태라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전쟁 배상금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기금을 다른 나라 기업에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두고 논란이 인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현금 다발을 줬다고 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허용하는 것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금은 민간투자 수단으로 통상적인 재건·배상 프로그램이 아니고 미국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도 전혀 포함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배상금이나 재건 기금이라고 하면 미국이 패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민간 투자기금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출자를 약속한 기업으로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들을 거론했지만 전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밝혔다. 이들 기업의 투자 분야는 에너지·물류·제조·운송 등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최종 합의가 서명된 후에야 기금이 조성될 것"이라며 "향후 60일 동안 기금 관리자들이 이란 및 투자자들과 협력해 프로젝트의 범위와 세부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선 지난 3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던 당시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이 상의 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해법은 남에게 미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관세 등으로 보복했던 것을 감안하면 각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비핵화 등 명확한 성과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퍼주기식 보상에 나선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핵시설 해체, 국제사회 사찰 수용 등에 대한 협상은 종전 MOU 서명식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종전 MOU에는 후속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의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임시 제재 면제 조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면제 대상에 석유 판매와 관련된 금융결제와 해상운송, 보험 등의 관련 서비스도 포함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합의문 내용을 토대로 핵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미국이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하기로 MOU에 명시됐다고 전했다.
국제 제재로 동결된 이란의 해외 자산에 대해선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도 드러난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자산도 즉각 해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향후 핵 합의 최종 타결과 이행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