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물가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AI(인공지능)발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매출총이익률 84.9%, 영업이익률 81.2%라는 유례없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5일(현지시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잇달아 소비자 전자기기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애플은 이날 맥북과 아이패드의 가격을 모델에 따라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300달러까지 인상했다.
맥북 네오 기본형은 699달러로 100달러를 올렸고 맥북 에어 512GB와 맥북 프로 1TB는 각각 1299달러와 1999달러로 200달러와 300달러씩 인상했다. 또 아이패드 에어 128GB와 아이패드 프로 256GB는 각각 749달러와 1199달러로 150달러와 200달러씩 가격을 높였다.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 전자산업은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대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부품 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여러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며 맥북과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폰 등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AI 호황으로 인한 메모리 등 부품 가격 급등을 더 이상 애플이 자체적으로 모두 흡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당시 "이는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대홍수와 같은 상황"이라며 "40년이 넘는 업계 경력 동안 어느 분야에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 인상 발표로 수요 감소 우려가 제기되며 6.1%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상호관세 충격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애플 주가는 올들어 1.2% 오르는데 그쳤다.
시장 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은 지난 3개 분기 동안 4배로 뛰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리서치 이사인 타룬 파탁은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으로 애플의 아이폰 한대당 제조원가가 약 200달러 늘어날 수 있다며 애플의 제품군 전반에 걸쳐 150~200달러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규모의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시스템인 베라 루빈 서버 한대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애플의 맥북 네오 1만4500대에 사용되는 양과 맞먹는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의 가격 인상을 발표한지 몇시간 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콘솔인 X박스의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오는 8월1일부터 X박스 시리즈 S의 512GB와 1TB 모델은 가격이 각각 100달러와 150달러씩 인상된다. X박스 시리즈 X는 기본 모델 시작 가격이 약 750달러로 올라간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X박스 콘솔 가격을 20~70달러 올린데 이은 추가 인상 조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에서 "우리는 추가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난 몇 달 동안 공급업체들과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 콘솔용 저장장치와 메모리 가격은 이미 2.5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7년 가을까지 다시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이날 3.5%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올들어 27.0%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