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中 수출 공식 …'완제품→생태계'

왕양 기자, 안재용 기자
2026.07.05 06:00

[선데이모닝인사이트] 中 수출전략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푸톈자동차의 해외 현지 딜러 교육 현장/사진=푸톈자동차

생산 기지와 공급망, 기술, 서비스 거점 등을 모두 해외에 구축하는 '산업 생태계 수출'이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자동차와 배터리, 가구 등 완성품 수출에 집중했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 산업 시스템 전반을 현지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완제품만 수출? 이제는 한계…새 전략은 '생태계 이전'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국이 해외에 설립한 기업은 5만 개를 넘었다. 190여 국가에 진출했다.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ODI) 잔액은 9년 연속 세계 3위권을 유지했으며 2025년 대외 직접투자 규모는 1743억 8000만 달러(약 270조 원)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연평균 200만 개 이상의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완제품 판매에 그치던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방식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관세와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각국이 현지 생산을 요구하면서 단순 제품 수출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생겼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기지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 공급망과 자동화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산업용 소프트웨어와 운영관리 경험 등을 축적했다. 이에 제품뿐 아니라 생산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까지 함께 해외에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수입국들의 수요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제품과 기술 도입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제조업 육성과 산업 고도화, 일자리 창출, 부품 공급망 구축,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등을 위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현지 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맞물리고 있다.

자동차·ESS, 산업 생태계 수출 본격화

자동차 산업은 생태계 수출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로 꼽힌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차량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기지와 공급망,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하며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동남아와 남미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생산부터 유통, 충전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현지 생산 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는 태국 1공장을 가동하며 연간 15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인도네시아 공장도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체리(Chery)는 태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5만 대에서 2028년까지 1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며, 말레이시아 공장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BYD는 브라질에서 'BYD Recharge'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해 450개 이상의 충전소를 연계하는 등 전기차 판매를 넘어 충전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

베이치푸톈(BAIC Foton)도 태국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을 연결하는 생산·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전기버스 공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구축, 차량 유지관리, 운전자 교육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스리랑카에서는 현지 수요에 맞춘 저상버스를 공급하는 등 제품 판매를 넘어 종합 교통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6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2026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카자흐스탄과 국가 차원의 산업 협력을 발표하며 '제품 수출→산업 수출→생태계 수출' 전략을 공식화했다. 협력 범위는 완성차 조립을 넘어 전기차 생산, 현지 공급망 구축, 플라잉카 연구개발(R&D),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 조성까지 확대됐다.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액션(Brazil Action)' 계획을 통해 생산기지와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 전역에 33개 판매망을 구축해 95% 이상의 지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현지 부품 물류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으로 연간 판매 규모가 200만 대를 웃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6.8%에서 2025년 9.1%로 높아졌으며, 전기차 시장에서는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브라질 시장의 주변부에서 주류 브랜드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에서도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저장산업연맹의 ESS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5년 중국 ESS 기업들의 해외 신규 수주 규모는 366GWh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으며, 70여 개 기업이 60여 개 국가·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해외 진출 방식도 단순한 장비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기술, 운영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ESS 시스템 공급뿐 아니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 운영·유지관리(O&M), 에너지 운영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며 종합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선그로우(Sungrow)는 유럽 첫 제조공장 건설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20GW 규모의 태양광 인버터와 12.5GWh 규모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EMS와 스마트 O&M 등 디지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현지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이집트 정부와 노르웨이 재생에너지 기업 스카텍(Scatec)과 협력해 2조 7952억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생산기지와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도 나섰다.

하이천에너지저장(Hithium)은 스페인 정부와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약 7000억 원을 투입해 배터리와 ESS 시스템 제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컨테이너형 ESS를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으로, 제품 수출을 넘어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선그로우가 참여한 호주 ESS 프로젝트 건설 현장/사진=선그로우
전통 제조업 가구 산업도 변화 조짐…공급망·현지 운영 동반 이전

전통 제조업인 가구 산업에서도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업계 협회와 기업들은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리빙산업 해외 진출 공급망 통합 및 글로벌 발전 포럼'에서 가구 산업을 포함한 중국 리빙산업이 기업별 단독 진출에서 벗어나 공급망과 물류, 법률·인증, 현지 운영을 아우르는 생태계형 해외 진출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해외 시장의 규제 강화와 소비자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부터 유통, 사후관리까지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창호 기업 톈둥먼촹은 현지 운영센터 설립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구축, 프로젝트와 도소매를 아우르는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의 산업 생태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되고 있다. 상하이는 '해외 진출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해 법률·금융·세무·규제 대응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장성도 해외 종합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법률, 금융, 지식재산권 등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 체계를 확대하며 산업 생태계 수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슝멍 중국공업경제연합회 당위원회 서기 겸 부회장·사무총장은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CBD 포럼' 해외 진출 특별세션 및 '고품질 해외 진출 2026 연례회의'에서 "단순한 수출 모델만으로는 갈수록 강화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중국 제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수출에서 산업 역량 수출로 전환해야 하고, 기업들은 지능화와 고품질,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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