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훌륭한 동맹'으로 치켜세우며 미국산 F-35 전투기 판매 허용을 시사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폴리티코·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를 방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 도착 직후부터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친밀 관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보자마자 박수를 치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그의 어깨를 잡고 악수를 한 뒤 환영 행사를 위해 튀르키예 기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앙카라 시내를 지나 회담 장소인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솔직히 내 친구이자 매우 강력한 지도자(에르도안 대통령)가 있는 튀르키예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는) 반대편에서 싸울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나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튀르키예를 "훌륭한 동맹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에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9년 러시아의 S-400 방공 시스템 도입을 이유로 미국의 F-35 전투기 구매 자격이 있는 동맹국 목록에서 제외됐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관련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튀르키예의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 사용에 대해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며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럴 때가 됐다"고 전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F-35 전투기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미국과 관련 문제를 논의했고, (미국산 전투기) 5대 도입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며 미국 전투기와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 간 충돌은 없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CNN과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관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는 미국을 증오하는 무슬림형제단에 감염된 정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F-35 전투기 판매 승인' 시사에 반대했다. 현재 중동에서 F-35를 운용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튀르키예 정권이 중동 테러리스트를 지지·보호하고, 반대파를 숙청하고 있다며 "미국의 모범적인 동맹국이라 할 수 없다. 필요할 때만 미국 대통령에 미소 짓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르도안 정권은) 유일무이한 유대인 국가인 나의 나라(이스라엘)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F-35 전투기 판매 승인이 "튀르키예를 미국의 우방국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세계에서 이스라엘보다 더 위대한 동맹국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보다 더 위대한 동맹국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한때 이스라엘의 핵심 안보 파트너 중 하나였지만, 2023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 튀르키예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로, 네타냐후 총리를 '전쟁 범죄자'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하마스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저항운동 세력"이라며 지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튀르키예가 미국산 F-35 전투기를 보유하게 되면 "중동의 세력 균형이 붕괴할 것"이라며 "그들은 궁극적으로 오스만 제국을 복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가 과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이어 동유럽까지 진출했던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위해 F-35 전투기 등 무력을 사용할 거란 주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이란 문제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5일 미국 폭스뉴스 '선데이 브리핑'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를 '모범적인 동맹'이라고 부른다"며 불화설을 일축했지만 튀르키예 이슈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대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