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을 지원한 데 따른 보상 성격이다. 일각에서는 UAE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사업에 막대한 지분을 사들였다는 데 주목, 이해충돌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는 최근 이란 전쟁 국면에서 영공 지원, 미사일 요격 등 미국을 지원한 대가로 미국산 AI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1일 UAE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해 군수품, 상업용 위성 등을 수입할 때 유럽 국가, 한국, 인도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수출 통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UAE 국영 AI기업 G42는 향후 9개월 동안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미국 주요 AI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WSJ는 이번 조치로 수십억달러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AI 모델에 필요한 반도체를 특정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 수개월이 소요되고 자주 지연됐다.
G42는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형제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UAE 정부는 나흐얀 보좌관의 주도로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미국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로비를 이어왔다.
특히 나흐얀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4일 전에는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의 지분 49%를 5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미국에 1조 4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가적 이익을 대가로 트럼프 일가가 사적이익을 취했다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일가는 지난해 WLF의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2억6300만달러를 벌었다. 이 지분을 매입한 곳은 나흐얀 보좌관이 지원하는 투자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캄라거-도브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14일 청문회에서 "불법적인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AI 기술 안보 문제를 두고 중국을 견제하는 가운데 나왔다. UAE가 미국산 AI 반도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력이 중국에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소볼릭 선임 연구원은 "UAE는 이란 전쟁 중에 훌륭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센터 보안을 유지할 능력을 입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한 성명에서 "UAE가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전용되거나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