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요? 줄만 보고 왔는데요"…웨이팅을 소비하는 사람들[트민자]

윤세미 기자
2026.07.19 06:55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한 틱톡 이용자는 뉴욕 요거트 아이스크림 매장 미미스 앞에 긴 줄을 선 사람들을 영상으로 찍으며 이렇게까지 줄을 설 가치가 있는지를 물었다./사진=틱톡

"100군데 넘는 가게 중에 여기에 온 이유요? 줄을 보면 알잖아요."

뉴욕 웨스트 빌리지의 유명 샌드위치 가게 '솔트행크스' 앞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34달러(약 5만원)짜리 샌드위치를 받아 든 청년 샘 게리니(26)가 한 말이다.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조명한 것은 맛집이 아니라 줄이었다. 시간 낭비와 비효율의 상징이던 웨이팅(줄서기)이 뉴욕, 파리, 상하이 할 것 없이 이제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나서는 경험이 됐다는 것이다. 맛집의 완성은 맛이 아니라 웨이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60%는 특정 음식을 먹기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74%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뉴욕 샌드위치 가게 솔트 행크스 앞 대기줄/사진=틱톡

Z세대에게 줄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초래된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다. 경험이자 소셜미디어(SNS) 콘텐츠다. 뉴욕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프로즌 요거트 가게 '미미스' 앞에서 줄을 선 대학원생 아테나 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줄을 선 사람들 덕에 거리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보인다"며 "요거트를 받으면 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Z세대는 줄을 서는 시간을 틱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중계하며 자신이 가장 '핫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음식보다 트렌드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경험 자체가 일종의 지위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미국 털사대 에밀리 콩투아 교수는 "긴 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인기와 화제성을 스스로 재생산한다"고 분석했다. SNS에서 화제가 되면 줄이 길어지고, 그 긴 줄이 다시 SNS에서 새로운 화제를 만드는 구조다. 실제로 암스테르담에서 진행된 한 조사에서도 대기 줄에 선 사람의 84%가 틱톡, 54%가 인스타그램을 보고 해당 매장을 찾았다고 답했다.

사진=틱톡 미미스 계정

그렇다면 오래 기다려 먹은 음식은 실제로 더 맛있게 느껴질까. 뇌과학은 '그렇다'고 말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원하는 음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들일수록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줄을 서서 기다린 고객이 온라인으로 대기를 건 고객보다 음식을 더 많이 주문하는 경향이 있단 연구도 있다.

가게 입장에서 긴 줄은 최고의 광고가 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에서는 식당 앞 줄이 길수록 인기 있는 곳이라는 신호를 보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이러한 웨이팅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미미스는 공식 틱톡 계정을 통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라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옛 친구를 우연히 재회하는 기회가 된다"고 소개했다. 긴 줄을 '사교의 광장'으로 내세우며 기다림 자체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웨이팅을 통해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음식 자체라기보단 '가장 핫한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경험이다. 뉴욕 웨이팅 정보 플랫폼 운영자 케이틀린 저우는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뉴욕의 웨이팅 명소 800여곳을 기록했다. 그는 "일부러 긴 줄을 찾아다니는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유행이 한창일 때 누구보다 먼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프로즌 요거트 매장 미미스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사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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