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발성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이 다시 대외금융정책의 집행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SF는 1934년 금준비법에 따라 설립된 기금이다. 현행 연방법에 따라 대통령 승인 아래 재무장관이 외환 안정을 위해 통화 매입과 스와프, 신용공여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개별 거래마다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 속도는 빠르지만 정치적 통제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첫 사례는 아르헨티나였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ESF 재원으로 아르헨티나 페소를 매입하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실제 인출액은 25억달러였고, 상원 은행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2025년 12월까지 이를 전액 상환했다. 문제는 200억달러 한도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ESF가 중간선거를 앞둔 특정 우방 정부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고 비판하며, 스와프 조건과 손실 부담 구조의 공개를 요구했다. 일본 건은 성격이 다르다. 아르헨티나가 정치 일정과 금융시장 안정의 문제였다면, 일본은 엔저가 미 국채시장으로 번질 위험과 연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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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길어지면 일본 당국이 방어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미 국채를 팔 수 있고, 이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에 달러가 아니라 ESF 내 유로 자산을 팔아 엔화를 매입했다. 두 사례를 같은 사건으로 묶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제도적 질문은 같다. 미 재무부는 ESF를 통해 어느 나라 통화를,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 것인가. 금융안정인가, 동맹관리인가, 지정학적 이해인가. 재원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뒤따른다.
CRS는 2026년 2월 기준 ESF의 유동자산을 미 국채 235억달러, 외화 및 외화표시증권 43억달러로 집계했다. 합계 278억달러 수준이다. JP모건은 4달 뒤인 6월 기준 ESF의 유동성 자산을 유로화 표시 130억달러와 달러 자산 255억달러를 합친 385억달러로 추산했다. 두 시점 모두 아르헨티나에 열어준 200억달러 한도 하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일본식 개입이 반복될 경우 ESF의 실탄은 빠르게 정치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통화당국이 주시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ESF의 재등장은 미국이 필요할 때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그 지원이 보편적 안전판이 아니라 워싱턴의 판단에 달린 선택적 수단이라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