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월16일. 미국 의료진이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뇌사 상태인 57세 남성의 몸에 이식해 32일째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기준 동물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실험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었다.
해당 실험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돼지 신장은 총 61일 동안 기능했다.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실험을 진행한 곳은 미국 뉴욕대(NYU) 랭곤 헬스 이식연구소였다.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같은해 7월 14일 뇌사 판정받은 모리스 밀러의 몸에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밀러는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를 통해 심장 박동이 유지되고 있었다.
밀러는 평소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혀왔지만 암 병력 때문에 실제 기증은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은 그의 뜻을 이어, 밀러의 몸을 이식 연구에 기증하는 데 동의했다.
연구진은 신장 두 개를 모두 제거한 자리에 돼지 신장 하나를 이식했다. 돼지 신장은 혈류가 연결되자 곧바로 소변을 만들기 시작했고, 신장 기능을 보여주는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도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연구진이 매주 조직검사를 실시했지만 실험 초기 32일 동안 뚜렷한 거부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돼지는 오래전부터 이종 장기이식의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번식과 사육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나타나는 면역 거부 반응은 풀어야 할 숙제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돼지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특히 돼지 세포 표면에 있는 '알파갈'이라는 당 성분은 사람에게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피하기 위해 알파갈을 만드는 유전자 하나를 제거한 돼지를 사용했다. 여기에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돼지의 흉선 조직도 신장과 함께 이식했다.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변형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비교적 단순한 유전자 변형만으로 장기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이번 실험은 몽고메리 박사팀이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후 진행한 다섯 번째 이종 장기이식이었다.

관찰 과정에서는 가벼운 거부 반응도 나타났지만 연구진이 면역억제제를 강화해 이를 되돌렸고 돼지 신장 기능에는 영구적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처음 계획한 대로 이식 61일째인 그해 9월 실험을 종료하고 밀러의 몸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이 사람 몸에서 기능한 기간으로는 가장 긴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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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돼지 신장이 사람 몸에서 두 달간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실제 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됐다.
실제로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환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이 이식됐다. 같은 해 11월 이식받은 환자는 돼지 신장으로 4개월 넘게 생활했지만 결국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 신장을 제거했다.
이후 최장 기록이 나왔다. 2025년 1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남성은 투석 없이 271일간 생활했다. 이후 거부 반응으로 다시 투석 치료를 받게 됐지만, 돼지 신장이 9개월가량 기능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결과였다.
돼지 장기로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