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창업자도 떤다…中, 해외로 나간 1600조원 겨냥 과세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16 05:46

[차이나머니]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지폐/사진=로이터

중국이 해외로 빠져나간 부유층 자산에 대한 과세망을 조인다. 역외신탁 자산에 20%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론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중국계 부호들까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자산 구조 점검에 나섰다. 해외 저세율 지역에 쌓인 중국계 부유층 자산은 최대 1조2000억달러(약 16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7월24일부터 시행한 새 역외신탁 과세 규정에 따라 중국 세법상 거주자가 부동산이나 주식을 역외신탁에 이전하거나 신탁으로부터 자산을 분배받을 경우 실현이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신탁에서 발생한 소득에도 매년 세금이 부과된다.

역외신탁은 중국 부유층의 대표적인 자산관리 수단이다. 자산을 케이맨제도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저세율 지역의 신탁에 넣어 자산 보호와 승계, 해외투자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KPMG에 따르면 순자산 또는 투자 가능 자산이 3000만달러 이상인 중국 초고액자산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같은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역외 저세율 지역에 최대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본토 자산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국은 저세율 지역을 활용한 자산 이전과 재산 은닉, 탈세를 막는게 새 규정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이번 조치로 신탁 설립부터 운영, 최종 청산까지 모든 단계에 명확한 납세 의무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새 규정 관련, 다음달 22일까지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 기간 동안 2023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납세 의무를 자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면 연체이자와 행정처벌을 면제해준다. SCMP는 신고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뉴욕의 중국계 부유층 사이에서 역외신탁과 해외자산을 재점검하는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전했다.

역외자산에 20% 과세…샤오미, 핀둬둬 창업자 대응도 주목

중국 대표 부호들도 새 규정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차이나 공동창업자 판스이와 장신은 회사가 2007년 홍콩에 상장하기 앞서 설립한 케이맨제도 신탁을 통해 재산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이들이 수십억위안 규모의 과거 미납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핀둬둬 창업자 황정과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하이디라오 창업자 장융, 룽후그룹 우야쥔 등 역외신탁을 활용해 기업을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인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베이징=신화/뉴시스]중국 대표적인 IT기업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언론 집중 취재 행사인 ‘대표 통로’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이 회장은 전인대 대표 자격으로 회사는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05

해외에 거주한다고 해서 과세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 규정에서는 실제 거주지역뿐 아니라 '주된 경제적 이해관계'가 어디에 있는지도 거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명시했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뉴욕에 살더라도 기업 지배권이나 지분, 배당소득 등이 중국 본토에 묶여 있다면 중국 세법상 거주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일부 부유층은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제3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방안까지 검토하지만 신고 시한 전에 이를 마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으로 자산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자체 해외계좌납세준수법(FATCA)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에 미국 납세자의 계좌정보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비거주 외국인은 사망 시 유산세 면세한도가 6만달러에 불과하며 초과분에는 최고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단순한 부유층 압박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을 중국 정부의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이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전략산업 투자로 유도하려는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첨단기술기업에 일반 법인세율 25%보다 낮은 15%의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 부유층의 대응도 절세에서 규정 준수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SCMP는 전했다. 자산관리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부유층은 역외신탁을 서둘러 청산하기보다 2023~2025년 납세 의무를 자진 신고하고 기존 신탁을 새 규정에 맞게 손보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서비스업체 IQ-EQ의 닐 시노트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논의의 초점이 어떻게 세금을 최적화할 것인가에서 투명성과 통제, 규정 준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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