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는 다시 성장기업이 됐다. 94년 된 장난감 회사가 2022년부터 3년 동안 이익률을 깎아 공장과 팬덤을 사뒀고, 2025년부터 그 값을 돌려받고 있다.
레고그룹이 지난 8월 공개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19억 덴마크크로네(이하 크로네), 약 65억4000만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불변환율 기준으로는 26% 증가다. 약달러가 보고 수치를 오히려 깎았다. 영업이익은 109억크로네로 22%, 순이익은 86억크로네(약 13억4000만 달러)로 32% 증가했다. 완구업계가 관세와 원가 부담에 흔들리는 와중에 레고는 매출보다 이익을 더 빠르게 늘렸다.
주목할 것은 속도다. 2025년 상반기 레고의 매출 증가율은 12%, 순이익 증가율은 10%였다. 1년 만에 각각 21%와 32%로 뛰었다. 2025년 상반기 매출 346억 크로네는 당시 반기 최대였고, 그해 연간 실적도 매출 835억 크로네에 영업이익 220억 크로네로 창사 이래 최고치였다. 사상 최대 위에서 성장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레고는 지난 3월 올해 전망으로 매출 한 자릿수 성장과 2025년 수준의 순이익을 제시했다. 상반기에만 두 전망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이 가속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다. 레고의 순이익률은 2021년 24.0%에서 2022년 21.3%, 2023년 19.9%, 2024년 18.6%로 3년 연속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공장과 설비에 들어간 돈은 2022년 60억크로네에서 2024년 90억크로네로 불었다. 2025년 순이익률은 20.0%로 반등했다. 레고는 반등 요인으로 생산 규모의 효율과 생산성 개선을 들었다. 올 상반기 실적은 그 회수가 속도를 낸 결과다.
핵심은 성장의 질이다. 레고의 성장은 세 축에서 나왔다. 포켓몬과 F1 같은 외부 IP는 새 고객을 끌어오는 입구였고, 보태니컬·테크닉·아이콘 같은 성인용 라인은 기존 고객의 지갑 점유율을 키우는 장치였다. 소비지 인근 생산망과 비상장 가족기업 구조는 장기투자의 비용을 견디게 한 방어막이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레고가 두 번의 위기 이후 성장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짰는지 공급망·수요·지배구조 세 갈래로 짚어본다.
94년의 역사를 가진 레고도 세 번의 위기를 거쳤다.
첫 번째는 2003~2004년이다. 2003년 세전손실은 약 14억크로네로 창사 이래 최대였다. 1990년대 후반 의류, 테마파크, 비디오게임 등으로 사업을 넓힌 것이 화근으로 꼽힌다.
당시 구원투수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요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였다. 2004년 창업 가문 밖에서 처음 CEO에 오른 그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지배지분을 매각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으며 제품 수를 줄여 브릭 중심으로 재편했다. 레고 매출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연속 늘었다.
두 번째 위기는 2017년 찾아왔다. 당시 매출액은 350억 크로네로 전년(379억 크로네) 대비 8% 감소했다. 2004년 이후 13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영업이익도 124억 크로네에서 104억 크로네로 16%, 순이익은 94억 크로네에서 78억 크로네로 줄었다. 원인은 수요 붕괴가 아니라 과도한 재고 물량이었다. 2016년 과잉생산으로 2017년 내내 재고를 헐값에 털어야 했고, 신제품이 매대에 들어갈 자리도 줄었다. 완구는 신제품 회전으로 돌아가는 산업인데, 재고가 쌓이면 창고 비용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히트 상품이 진열될 공간이 사라진다.
경영진도 흔들렸다. 크누드스토르프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뒤 발리 파다가 2017년 1월 CEO에 올랐다가 8개월 만에 교체됐고, 덴마크 산업기업 단포스 출신의 닐스 크리스티안센이 그해 10월 취임했다.
세 번째는 2022~2024년의 수익성 둔화다. 매출은 매년 늘었지만 순이익률은 3년 연속 떨어졌고, 2024년 18.6%는 10여 년 만의 최저였다. 레고는 원자재·물류·에너지 비용 인플레이션과 전략투자 확대를 요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앞선 두 번과 달리 세 번째는 매출 붕괴가 아니었다. 같은 기간 레고는 공장과 설비 투자를 2022년 60억 크로네, 2023년 85억 크로네, 2024년 90억 크로네로 늘렸고 2025년에는 92억 크로네를 썼다. 베트남과 버지니아 공장이 이 시기의 산물이다. 마진 하락기와 설비투자 확대기는 정확히 겹친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에서의 성과 덕분에 단기와 장기 양쪽에서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구산업은 오랫동안 중국 중심의 저비용 생산에 기대왔다. 미국 완구 수입의 약 80%가 중국산이다.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자 완구회사들은 뒤늦게 조달처를 옮기고 있다. 마텔은 미국향 대중국 조달 비중을 2026년 15% 미만, 2027년 1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즈브로는 2026년 완구·게임 매출의 약 30%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전환 중이다.
레고는 다른 시간표에 있었다. 2026년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은 여섯 곳이다. 덴마크 빌룬, 헝가리 니레지하저, 체코 클라드노, 멕시코 몬테레이, 중국 자싱, 베트남 빈즈엉이다. 빈즈엉 공장은 2025년 4월 문을 열었다. 투자액은 10억달러로 4000명 이상을 고용할 계획이며, 2026년 초까지 100% 재생에너지 가동을 목표로 했다. 베트남에는 아시아 두 번째 물류센터도 가동에 들어갔다. 회사는 헝가리와 중국, 멕시코 기존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미국 보스턴에 미주 본사를 새로 열었다.
중요한 점은 레고가 중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 중국 하나에 묶이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싱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증설 대상에도 올라 있다. 대신 미국 시장 물량은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 맡는다. 레고는 오래전부터 소비지 인근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밝혀왔고, 그 결과가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 의존도를 낮춘 다지역 생산망이다. 과거 글로벌 제조업의 기준이 최저비용이었다면 지금의 기준은 충격 흡수력에 가깝다.
레고의 미국 공장은 아직 없다.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카운티 공장과 인근 프린스조지카운티 물류센터는 모두 2027년 개소 예정이다. 공장은 1700명 이상, 물류센터는 약 300명을 고용한다. 레고는 상반기 발표에서 두 시설 모두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체스터필드에서 임시 포장시설이 돌아가고 있지만 미국 내 성형 생산은 없다. 관세 국면에서 실제로 작동한 것은 이미 깔려 있던 멕시코와 유럽, 아시아 생산망이었다. 이 분산은 관세만을 예상하고 설계된 전략이 아니었다. 운송거리 단축, 지역별 공급 안정, 탄소배출 감축이 얽힌 장기 전략이었고, 결과적으로 관세 국면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
경쟁사 손익은 관세가 가른 것이 매출이 아니라 마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마텔의 2분기 매출은 11억2500만달러로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00만달러로 6800만달러 줄었고 1800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260bp(1bp=0.01%포인트)로 떨어졌고, 마텔이 밝힌 하락 요인 가운데 관세 영향이 170bp였다. [※팩트체크: 영업이익 감소폭(6800만달러)과 조정 매출총이익률 하락폭(260bp)은 마텔 2분기 실적발표 원문과 대조 필요 — 조정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낙폭이 더 클 수 있음]
해즈브로의 2분기 매출은 16.2% 늘었지만 성장을 이끈 것은 카드게임 매직 더 개더링을 앞세운 위저즈오브더코스트·디지털게임 부문으로 27.1% 증가했다. 완구를 만드는 소비재 부문은 매출 증가율이 2%에 그쳤고 1450만달러 영업손실을 냈다. 해즈브로는 2026년 1분기에도 약 830만달러의 관세 비용을 매출원가에 인식한 바 있다.
세 회사 모두 매출은 늘었다. 그러나 비용을 흡수한 방식은 달랐다. 마텔은 가격과 마진에서 관세를 흡수했고, 해즈브로는 완구 바깥의 고마진 사업에 기대었다. 레고는 커진 매출 규모와 분산된 생산망으로 충격을 완충한 것으로 보인다.
레고는 관세 비용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는다. 비상장사여서 분기보고서를 내지 않는다. 판매 지역별 생산지 구성도 공개하지 않아 미국 판매분 가운데 어느 공장 물량이 얼마인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멕시코와 베트남 생산분도 미국 통상정책이 바뀌면 언제든 대상이 될 수 있다.
레고와 경쟁사의 마진 격차도 관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레고의 매출총이익률은 2021년 69.6%, 2025년 67.8%로 60% 후반대를 지켜왔고 마텔의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8.2%다. 미국 통상 환경도 움직이고 있다. 뉴웰브랜즈는 2분기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환급분 약 1억달러를 인식했고, 마텔은 올해 가이던스에 환급 효과를 넣지 않았다. 레고가 가진 것은 절대적 방패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노출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망이 비용을 막았다면 매출을 키운 것은 수요다. 레고는 상반기에만 330종이 넘는 신제품을 냈다. 업계 집계로는 332종으로 전년 동기(314종)를 넘는 반기 최다다. 이 신제품들의 성격은 단순히 더 많은 장난감이 아니다. 서로 다른 팬덤을 브릭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입구다.
상반기 인기 테마로 레고가 꼽은 것은 스피드 챔피언스와 보태니컬, 테크닉, 아이콘, 스타워즈다. 그동안 빠짐없이 명단에 오르던 시티가 빠지고 F1 차량 라인을 포함한 스피드 챔피언스가 들어왔다. 회사는 여기에 포뮬러1(F1)과 FIFA 월드컵 2026,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파트너십이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이 전 세계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지식재산권(IP)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포켓몬이다. 서카나 집계에서 2025년 전 세계 1위 완구 IP였다. 조립완구 라이선스는 마텔 자회사 메가(MEGA)가 쥐고 있다가 마텔이 2025년 12월부로 포켓몬 제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레고로 넘어왔다. 첫 3종은 2월 27일 출시됐고 모두 성인 전시용이었다. 새 시장을 연 것이 아니라 경쟁사의 고객 접점을 흡수한 구조다.
F1은 다른 방식의 확장이다. 레고는 2024년 9월 F1과 다년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 시즌 10개 팀 전부를 스피드 챔피언스와 시티, 듀플로, 테크닉, 수집형 미니피겨 등 여러 테마로 제품화했다. 2025년 11월에는 여성 드라이버 육성 시리즈인 F1 아카데미와 별도 계약을 맺고 2026시즌부터 '레고 레이싱' 리버리를 단 차량을 후원한다. 차량 운영은 MP모터스포츠가 맡는다. 라이선스를 사는 회사에서 스포츠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회사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F1이 레고를 택한 근거는 인구통계였다. F1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8~12세 어린이 400만명 이상이 F1을 적극적으로 팔로우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의 40%와 틱톡 팔로워의 54%가 25세 미만이다. 레고의 핵심 고객층과 겹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상반기 실적에 제품 매출로 잡히지 않았다. 첫 세트는 8월 1일 나왔다. 그럼에도 레고는 상반기 발표에서 이 IP를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명시했다. 레고가 이 팬덤을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마텔과 해즈브로를 공동 마스터 완구 라이선시로 지정했다.
IP 전략의 본질은 캐릭터 대여가 아니라 고객 획득이다. 서카나에 따르면 2025년 라이선스 완구는 글로벌 완구시장의 37%로 역대 최고였다. 포켓몬 트레이너와 F1 팬, 케이팝 팬은 레고의 기존 고객과 겹치지 않던 집단이다. 레고는 이들을 광고로 설득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미 좋아하는 세계를 조립 가능한 물건으로 바꾼다.
레고의 수요 재설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성인 고객이다. 서카나는 12세 이상이 받는 완구의 매출 비중이 2025년 9월까지 1년간 미국 30.2%, 유럽 5개국 32%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레고가 2020년 도입한 18+ 라인과 보태니컬, 아이콘, 테크닉, 스타워즈 UCS(얼티밋 컬렉터 시리즈), 아키텍처 라인이 이 수요를 받는다.
이 변화가 겨냥한 것은 완구산업의 구조적 약점이다. 장난감은 아이가 자라면 수요가 끝나는 제품이다. 레고는 그 끝을 늦췄다. 어린이 고객을 성인 수집가로 이어받고, 성인 팬덤을 다시 신규 고객으로 데려온다. 제품 수명주기를 고객 생애주기로 바꾼 셈이다.
가격 구조도 달라진다. 어린이용 완구의 가격은 부모의 지불 의사에 묶인다. 성인 수집품은 그 제약이 약하다. 포켓몬 첫 3종의 미국 가격은 59.99달러에서 649.99달러까지 벌어져 있다. 단가가 오르면 세트 하나당 마진의 절대액도 커진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성장에 반지의 제왕 미나스 티리스와 포켓몬 대형 세트 같은 고가 제품이 기여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레고는 테마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유통도 바뀌었다. 레고의 브랜드 매장은 54개 시장에 1106개이며 직영 216개, 파트너 운영 890개다. 2025년 말(1112개)보다 6개 줄어 매장 확장 속도는 둔화됐다. 대신 레고는 2월 멀린 엔터테인먼츠(Merlin Entertainments)로부터 레고·레고랜드 디스커버리센터 29곳을 19억크로네에 사들였다. 연간 방문객 약 500만명 규모의 체험 공간을 직접 소유하게 됐다.
제품 회전율도 뒷받침한다. 레고는 2025년 868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2017년 실적 악화의 원인이 재고 적체였던 회사가 이 규모의 제품군을 굴리면서 회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운영 역량의 변화다. 레고는 상품을 팔고, 매장에서 경험을 팔고, 팬덤을 다시 상품으로 전환한다. 완구회사의 수익모델이 콘텐츠 회사와 소매회사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외부 IP는 매출을 빠르게 키우지만 공짜가 아니다. 라이선스 비중이 올라갈수록 매출총이익률은 구조적으로 눌린다. 마텔은 2분기 매출총이익률 하락 요인에 로열티 상승을 포함했다. 앞서 짚은 레고의 매출총이익률 하락(2021년 69.6%→2025년 67.8%)이 같은 압력의 신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2026년 연간 실적이 나와야 판별된다.
흥행 사이클 노출도 있다. 포켓몬처럼 수십 년 유지된 팬덤은 안정적이지만 신작 영화나 스트리밍 콘텐츠 기반 IP는 관심이 빠르게 이동한다. 계약 갱신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 팬덤을 빌려 성장하는 기업은 그 팬덤의 주인이 아니다.
레고가 위험을 낮추는 방식은 포트폴리오 분산이다. 스타워즈와 해리 포터, 마블, 닌텐도, 마인크래프트, F1, 포켓몬처럼 연령대와 관심사가 다른 IP를 층으로 쌓는다. 동시에 시티와 테크닉, 아이콘, 보태니컬, 닌자고 같은 자체 테마를 유지한다. 닌자고는 2026년 15주년을 맞았다. 레고그룹이 꼽은 2025년 인기 테마 5개(시티·테크닉·스타워즈·아이콘·보태니컬) 가운데 외부 IP 테마는 스타워즈 하나다. 외부 IP가 신규 고객의 입구라면 자체 테마는 브랜드의 중심을 붙드는 장치다.
2026년 상반기 성장에서 개별 IP가 차지한 몫은 확인되지 않는다. 레고는 IP별·테마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포켓몬은 상반기 중 4개월만 팔렸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품은 상반기에 출시되지 않았다.
레고 A/S는 비상장 회사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가문의 지주회사 키르크비 A/S가 지분 75%, 레고재단이 25%를 보유한다. 레고는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고 반기와 연간 실적만 발표한다. 3년에 걸친 마진 하락을 감내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 구조가 있다.
크리스티안센 CEO는 2017년 10월 취임해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실적은 새 경영진의 단기 반등이 아니다. 같은 경영진이 같은 전략을 오래 끌고 간 결과다. 매출은 2018년 364억크로네에서 2025년 835억크로네로, 순이익은 81억크로네에서 167억크로네로 7년 만에 모두 두 배를 넘었다.
의장석은 한때 외부에 넘어갔다가 돌아왔다. 2004년 비가족 CEO 체제가 들어선 뒤 크누드스토르프 전 CEO가 레고 A/S 의장을 맡았고, 2020년 4세대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현재 레고그룹 CEO는 크리스티안센, 키르크비 CEO는 쇠렌 토루프 쇠렌센으로 모두 비가족이다.
소유 구조도 장기 관점에 맞춰져 있다. 2023년 5월 3세대 키엘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에서 4세대 토마스로 키르크비 의장직 승계가 마무리됐다. 토마스는 2004년 레고 A/S 이사회 옵서버로 참여해 2007년 정식 이사가 됐고, 2016년 부의장, 2020년 의장, 2023년 키르크비 의장으로 이동했다. 20년에 가까운 단계적 승계였다.
특이한 것은 지분과 의결권의 분리다. 4세대 3남매가 키르크비 지분을 각 25% 안팎 균등 보유하는 반면 의결권은 토마스 37.7%, 아그네테 12.8%, 소피 12.7%다. 같은 지분에 세 배 차이가 나는 의결권이다. 부친 키엘은 지분 22.5%에 의결권 2.8%만 남겼다. 경제적 이익은 균등하게 나누되 경영권은 후계자 한 명에게 집중시키는 구조다.
승계와 함께 신설된 K2재단(K2 Fonden af 2023)은 지분 1.5%에 의결권 34%를 갖는다. 키르크비는 이 재단이 장기 가족 소유를 뒷받침하고 가족 소유주 간 이견이 생기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는 소피가 다른 주주들과 합의해 지분 일부를 약 9억3000만달러에 키르크비에 되팔았다.
이 구조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다. 키르크비의 재무정보는 상장사보다 훨씬 적고 K2재단과 레고재단의 의결권 행사 기준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레고의 가족기업 구조는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한 방패인 동시에, 외부 검증이 제한되는 폐쇄적 구조이기도 하다.
레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단순한 히트상품 효과로 보기 어렵다. 매출 21%, 순이익 32% 증가는 공급망, 제품 포트폴리오, 성인 고객층, 직영 유통, 가족기업 지배구조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레고는 가격을 올려 이익률을 방어한 회사라기보다, 넓어진 고객층과 분산된 생산망, 긴 투자 시계로 비용을 흡수한 회사다. 앞서 짚었듯 외부 IP는 새 고객을 데려오는 입구, 성인용 라인은 기존 고객의 지갑 점유율을 키우는 장치, 소비지 인근 생산망과 비상장 구조는 그 비용을 견딜 시간을 번 방어막이었다.
다만 이 모델은 무위험이 아니다. IP 의존도가 커질수록 로열티와 흥행 사이클 리스크가 커진다. 성인 고객층은 고가 제품을 가능하게 하지만, 경기 둔화기에는 재고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비상장 가족기업 구조는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지만, 정보 공개와 외부 견제는 제한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숫자는 한 가지를 말한다. 레고는 낡은 장난감 회사가 아니라, 제조업·콘텐츠·소매업을 결합한 성숙기업의 성장 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