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장 가면 무조건 보입니다. 열정적인 팬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엔 매너가 좀 없어 보이죠." (대구 거주 30대 직장인 A씨)
"외야 펜스 끝이나 통로 철망에 유니폼을 걸어두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하지만 관중석 자리까지 차지하는 데는 부정적입니다." (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B씨)
최근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 '세탁소 응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세탁소 응원'이란 경기장 좌석에 특정 선수의 등번호 모양으로 유니폼을 여러 장 펼쳐 놓는 응원 방식이다. 빈 좌석에 내걸린 유니폼이 마치 세탁소의 세탁물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팬들은 십시일반 비용을 모아 좌석을 확보한다. 한 팬이 커뮤니티에 "혹시 이번에 OOO 선수 세탁소 하면 도와주실 분들이 계실까요?"라는 모집 글을 올리면, 다른 팬들이 "자리 도와드리겠습니다", "소소하지만 2석 보태고 싶어요", "늦지 않았다면 1석이라도 힘을 보탤게요" 같은 댓글을 달며 응원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또는 단체 예매를 통해 연속된 좌석을 대량으로 구하기도 한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 경기에서 피어올랐다. 티켓 예매 시작 20여 분 만에 매진된 이날 경기에서, 좌석에 '6' 모양으로 유니폼들이 길게 펼쳐진 모습이 포착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 사이에선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고 항의를 받은 LG구단과 티켓 예매 대행사 '티켓링크'는 세탁소 응원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티켓링크 측은 단체예매 대상자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해 "실제 관람과는 무관한 좌석 점유는 스포츠 문화 취지에 맞지 않아 세탁소 행위는 금지한다"며 "타 관람객의 관람 기회를 위해, 단체 예매 후 경기 당일 '세탁소' 행위 적발 시 티켓은 직권 취소될 수 있다. 결제 금액은 환불되지 않는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다만 지난 6일 논란이 된 세탁소 응원은 단체 예매가 아닌 여러 명의 개인 팬들이 각자 티켓을 구매해 진행된 것으로, 구단과 티켓링크 측은 일반 예매를 거친 세탁소 응원의 경우 개인의 권리 영역으로 판단해 제재를 두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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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응원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 조치가 시작되자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먼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팬들은 매크로 등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정가를 지불해 구매한 좌석이라면 구매자의 자유로운 권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팬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색적인 응원 문화이자 낭만으로 볼 수 있고, 선수들에게도 자부심과 동기부여를 주는 요소라는 의견이다. 특히 단체 관람 노쇼로 좌석이 비는 것보다 팬들이 주도해 응원 분위기를 만드는 편이 구단이나 경기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낫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관객석이 비어있는 것보다 세탁소 응원으로 표를 구매해 구단 재정에 보탬이 되고, 선수들은 큰 응원을 받으며, 팬들 또한 팬심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세탁소 응원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반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도의적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좌석이 남는 경기라면 상관없지만 매진 경기에서 '세탁소 응원'을 펼치기 위해 대규모 좌석을 점유하는 건 실제 직관을 희망하는 다른 팬들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는 것이다. 관중이 1명이라도 더 입장해 응원하는 게 선수에게도 훨씬 더 큰 힘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눈에 띈다.
하 평론가는 JTBC의 월드컵 독점 중계 논란을 계기로 만들어진 방송법 개정안을 스포츠의 공공성이 강조된 사례로 언급하며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도 공공적 가치를 지닌다"며 "'내 돈으로 표를 샀으니 상관없다'는 논리는 수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방송법 개정안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를 하나 이상의 지상파 방송사가 반드시 생중계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 골자다. '보편적 시청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편 세탁소 응원을 둘러싼 비난이 거세지자 두산 베어스 박치국 팬들은 일명 '인간 세탁소' 응원에 나섰다. 팬들이 직접 색깔이 다른 유니폼을 맞춰 입고 앉아 등번호를 만드는 방식으로, 자리를 비우지 않으면서도 선수를 응원할 수 있어 모범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