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세로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의 새로운 집단방위체제로 주목받았던 '메카 동맹(사우디∙파키스탄∙튀르키예 3국 공동방위조약)'이 뚜렷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이란 대리세력의 공세 속에서 취약성이 부각된 메카 동맹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8일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 도시와 에너지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또 홍해 연안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며 원유 수송망을 압박했다. 이에 더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동서횡단 원유 파이프라인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기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홍해를 통한 우회 수출로까지 막히면서 사우디 경제를 지탱하는 석유 수출이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출범한 역내 집단방위체제인 메카 방위 동맹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우디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은 지난 8월 7일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하고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제5조와 유사한 집단방위 원칙으로 출범 당시부터 '이슬람판 나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 사우디가 공격을 받아도 메카 동맹의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지난 10일 "현재 메카 협정에 따른 군사적 대응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고, 튀르키예 역시 집단방위 조약 발동이나 보복 공격은 언급하지 않았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각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사실상 자동개입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메카 협정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군사적 대응을 위한 제도나 절차도 아직 미비하다. 실제 회원국이 공격받았을 때 이를 어떤 절차를 거쳐 군사적 대응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어떤 행위를 공동방위 대상인 '무력공격'으로 판단할지, 군사적 대응은 의무인지 선택인지, 어느 수준까지 병력을 투입할지, 지휘권과 비용은 어떻게 분담할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강력한 공동방위 선언과 실질적인 대응조치 사이의 간극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카 동맹의 군사적 대응을 제약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세 나라가 함께 상대해야 할 명확한 주적이 없다는 점이다. 통상 군사동맹은 공동의 안보위협을 중심으로 결속이 이뤄진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 나토는 소련이라는 적대적 위협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카 동맹에는 이러한 주적의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고 회원국마다 적대시하는 세력도 다르다. 사우디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이란과 후티 등의 친이란 세력인 반면 파키스탄의 핵심 경쟁자는 인도다. 튀르키예 역시 그리스·키프로스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역내 군사행동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맹의 모호성을 군사적 신뢰성과 억지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판단한다. 한 회원국이 공격받더라도 이를 나머지 국가들이 같은 수준의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군사적 지원과 위험을 감수할지를 놓고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국립외교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카 동맹은 세 나라가 반드시 함께 싸워야 할 단일 주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동의 적에 대한 위협 의식이 약하기 때문에 버림받을 위험과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회원국들이 동맹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서로 다르다는 점도 공동 군사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우디는 안보 선택지를 다변화함으로써 역내 군사적 긴장과 충돌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최근 중동 분쟁을 거치며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보 파트너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파키스탄은 중동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동맹을 바라본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는 "파키스탄은 메카 협정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적 지원을 얻는 동시에 중동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동맹을 통한 튀르키예의 핵심적 이익은 방위산업 시장 확보다. 튀르키예는 드론을 비롯해 전차와 함정, 미사일, 전투기 개발까지 추진할 정도로 방산 자립도를 높여왔고, 지난해 방산 관련 수출이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했다. 사우디, 파키스탄과의 동맹은 튀르키예 입장에서 자국산 무기와 기술을 수출하고 공동개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제공한다.
주변국과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 역시 군사적 개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의 핵심 군사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이란과 약 9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원유와 LNG 수입의 최대 9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파키스탄이 사우디를 지원하기 위해 이란 또는 친이란 대리세력과 충돌할 경우 국경 불안과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튀르키예의 경우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지만 예멘과 홍해 지역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토 회원국이라는 배경이 튀르키예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서다. 나토 회원국 지위가 사우디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튀르키예가 중동 전쟁에 깊이 개입될 경우 나토와의 안보협력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동시에 이란과의 경제·외교관계는 물론 시리아와 동지중해 등 안보현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메카 동맹은 출범 당시부터 사우디와 파키스탄, 튀르키예의 전략적 셈법이 서로 달랐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아브라함 협정과도 간극이 존재해 당초 기대했던 군사동맹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다만 향후 후티 반군이 홍해를 차단하는 등 긴장 수위를 고조시킬 경우 이집트의 개입은 물론, 지금까지 불확실했던 메카 동맹의 군사적 대응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