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 안보 과제, 이제 국방비 보다 생산력…韓 방산 경쟁력 주목"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09.20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제리 맥긴, 셀리아 배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업기반센터 연구원 보고서 '미국과 동맹국의 부담 분담 : 진행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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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한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조선소는 한화그룹이 1억 달러에 인수한 곳으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으로 통한다. 2025.10.3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 과제가 국방비 증가에서 방위산업 생산능력과 공급망 강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리 맥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업기반센터장과 셀리아 배리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동맹국의 부담분담: 진행 보고서(U.S. and Allied Burden Sharing: A Progress Report)'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경쟁이 동맹국들의 방위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역내 방산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동맹국들의 국방비도 증가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국방비 지출은 2022년 이후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일수록 증가 속도가 빨랐다. 발트 3국은 2026년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약 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폴란드도 현재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GDP의 4.5%를 국방비에 투입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동맹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이후 국방비를 약 60% 늘렸으며 대만은 약 56%, 싱가포르는 약 49%, 인도네시아는 약 83% 확대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국방비 증액만으로 군사력과 안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늘어난 국방비가 실질적인 억지력으로 이어지려면 무기와 탄약 구매뿐 아니라 생산시설 확대와 부품 공급망 확보, 정비능력 강화, 장기전에 대비한 생산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럽방위산업전략(EDIS)'과 '세이프(SAFE)' 프로그램을 통해 역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공동조달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생산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방산 공급국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방산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용과 빠른 납기, 대량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직 통합된 공급망을 통해 복잡한 무기체계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속하게 전력을 확충해야 하는 국가들에 한국산 무기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한국의 방산협력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폴란드는 2022년 이후 한국과 14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무기계약을 체결했고 양국은 정밀유도무기 공동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에 한국은 단순한 무기 판매국을 넘어 정비·군수지원과 현지 및 공동생산을 제공하는 방산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미국의 동맹 모델은 '무기를 사고파는 관계'보다 '같이 만드는 관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 나토는 미국과 500억 달러 이상의 방산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고, 미국 록히드마틴은 사상 처음으로 독일 라인메탈과 현지에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공동생산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현지생산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위기 시 무기체계와 탄약을 신속히 생산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동맹 전체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과정이라고 봤다.

미국이 동맹국에게 요구하는 '부담 분담'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과거에는 동맹국이 GDP의 몇 %를 국방비로 쓰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미사일과 포탄을 얼마나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지, 첨단 무기를 신속히 정비할 수 있는지,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 소재와 부품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단순한 방산 수출 확대보다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등 핵심파트너와의 공동생산이나 기술협력 네트워크에 얼마나 깊게 참여하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자들은 "향후 동맹의 경쟁력은 개별 국가의 군사력보다 동맹 전체의 생산능력과 공급망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동맹은 회복력 있는 자국 방위산업과 긴밀한 산업협력, 상호운용 가능한 군사역량, 공동의 기술혁신이 결합된 형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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